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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너는 여기에 없었다, 그러길 바란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 2017

 

너는 여기에 없었다 / You Were Never Really Here, 2017

감독 : 린 램지
주연 : 호아킨 피닉스(조 역), 에카테리나 삼소 노브(니나 역)

개봉 : 2018.10.04
장르 : 드라마/미스터리/스릴러
국가 : 미국, 프랑스, 영국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89분

조의 간절한 기도 같은 영화

숫자를 세며 얼굴에 비닐을 쓰고 있는 남자가 나옵니다.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처음부터 이게 모지를 속으로 되뇌며 계속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살인하는 장면인가 했지만 그건 조가 습관적으로 자실을 시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조의 모습이 현재의 그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장면과 함께 조의 아버지의 것인 듯한 남자 목소리도 들립니다.

 

곧이어 어느 호텔 방에서 누군가를 살해한 후의 조가 뒤처리를 하는 듯한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사실 이것도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하니 그런 것이지 당시에는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했었습니다. 어두운 거리를 걷는 조를 누군가가 갑자기 덮치지만 그는 금방 조에게 제압당하고 맙니다. 그리고 가던 방향과 반대의 방향으로 나와 조는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데요. 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쩐지 급박하고 끔찍한 일을 겪은 듯한 조가 탄 택시에는 찬송가 같은 평화로운 노래를 하는 택시기사가 있습니다.

 

존 맥클러리란 사람은 조와 함께 일을 하는 동료인 것 같은데요.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자동응답기에 끝났다는 말만 하고 끊습니다. 대사도 거의 없고 주인공도 건너 건너편으로 보여주는 방식인 이 영화를 이해하고 싶은데 어렵구나 하면서 계속 보게 되었는데요. 조는 집에 도착하고 드디어 백발의 늙은 어머니와 대화 다운 대화를 하게 됩니다. 어머니는 잠든 척을 하다가 조를 놀라게 해 주는데요. 그 야밤에 놀랍게도 히치콕의 사이코를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무서운 살인 장면을 조는 너무 자연스럽게 비록 대충이지만 재현을 해 보이기도 합니다.

조는 혼자 있을 때면 환영을 자주 보는 듯합니다. 움직이다가 이내 멈추는 발의 이미지, 옷장에 숨어있는 어린 시절의 자신, 군인이었을 때의 경험, 식탁 아래에 숨어 있는 젊은 시절 엄마, 망치를 들고 걷고 있는 남자(아마도 조의 아버지)등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장난을 치듯 자주 자살을 꿈꾸는 듯한데요. 그야말로 조에게는 자살이 마지막 구원인 것처럼 보이지만 엄마의 부름에 달려갑니다. 하지만 전철을 타기 전에도 철도를 바라보며 자살을 꿈꾸는 듯하고 아마도 조는 죽음이란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조는 진짜 죽고 싶은 것일까 싶기도 한데요. 아니면 어린 시절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에게 희생당했던 자신과 엄마에게 평범한 일상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 그 정도의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사람이 행복의 조건에 놓인다 해도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어느새 조의 고통 어딘가에 가 닿아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영화를 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차라리 조가 자살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지만 그러면 영화는 전개가 안될 것이기에 고통스럽게 이어집니다.

 

조는 실종된 상원의원의 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마트에서 망치를 사는데요. 행위 자체만 보자면 어린 시절 아버지와 겹쳐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망치를 사는 장면 다음으로는 환한 대로에서 관광객들이 조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곧 그녀들의 웃음을 위해 벌려진 입은 실제의 소리가 차단된 채 비명소리로 바뀌고 어떤 끔찍한 환영들로 바뀝니다. 사실 관객들에게 끔찍함을 직접적으로 잘 보여주진 않지만 조의 반응으로 충분히 그 고통이 전달됩니다.

 

니나가 감금되어 있는 듯한 건물에 도착한 조는 어렵지 않게 그녀를 구해냅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하면 떠오르는 그 CCTV신이 나옵니다. 딱히 액션이랄 것은 없지만 왠지 섬뜩하면서도 슬픈 장면입니다. 주인공의 상황과 안 맞는 노래 가사 때문에 더 끔찍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의 조처럼 숫자를 세고 있는 니나는 조 자신과 다름없기에 꼭 구해내야 하는 대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니나를 납치한 세력은 정치적인 거물이 연루되어 있는 조직이었고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니나의 아빠인 보토 의원의 추락사가 뉴스로 보도되고 곧이어 무장 경찰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와서 니나를 다시 납치해 갑니다. 그리고 조의 주변인들은 모두 다 죽어있는데요. 끔찍하게 죽어있는 어머니를 발견한 조는 집에 침입해 있는 남자들을 처치합니다. 그중 자신이 총을 쏜 한 남자가 아직 살아 있을 때 그에게 어머니가 두려워했는지 묻기도 합니다. 그는 어머니는 주무시고 계셨다고 하고 니나의 행방도 알려줍니다. 그리고 죽어가는 이 남자의 손을 잡는 조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조는 어머니를 검은 비닐에 싸서 함께 강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 장면이 물론 슬프기는 하지만 '너는 여기에 없었다' 중에서 가장 평화롭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곧 니나의 환영이 보이고 조는 그녀를 구하러 자신의 평화는 포기하고 물 위로 나옵니다. 니나를 구하기 위해 윌리엄스의 집에 도착한 조는 이미 죽어 있는 그를 발견하고 어린아이처럼 울며 자신을 자책합니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 어린 시절의 자신과 마주친 후 식탁에 앉아 피 묻은 손으로 식사를 하는 니나를 만나게 됩니다. 환한 카페에 앉아 니나와 함께 음료수를 마시는 조가 어디로 가던 부디 조금은 행복해 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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