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캐스팅
넷플릭스에서 영화 돈룩업을 만들어서 단시간에 흥행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장 눈에 띈 것은 화려한 캐스팅이었습니다. 두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훌륭한 배우들로 구성된 조연들의 활약이 기대가 컸는데요. 대통력 역의 메릴 스트립, 미모의 진행자 역의 케이트 블란쳇, 그리고 매력적인 배우 티모시 샬라메까지 나온다고 하니까 자연스레 그들의 모습을 기대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티모시 샬라메는 영화 후반부부터 조금씩 나와서 비중이 너무 적었고 케이트 블란쳇은 그녀의 많은 장점이 캐릭터랑 잘 부합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반면 메릴 스트립은 평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 재미있었고요. 그리고 비중이 큰 건 아니지만 퇴역 군인으로 나오는 롤 펄만은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서 인상적이었었는데 역시나 전혀 다른 모습이라 급격한 세월의 변화를 느끼며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가벼운 풍자와 재미가 있는 영화 '돈룩업'
영화 돈룩업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와 가벼운 풍자가 아닐까 하는데요. 6개월 후에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예정이고 멸망이 올 것이라는 다소 심각한 소재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머리를 써서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오락에만 집중한 작품도 아니고요. 영화 속에 나오는 권력을 가진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서 여러 가지 진지한 생각을 해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천문학과 대학원생으로 박사 과정 중에 있는 케이트는 어느 날 혜성을 발견하고 기뻐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담당 교수 랜들 박사가 혜성의 움직임을 계산하던 중에 불과 6개월 후에 지구와 충돌할 것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둘은 곧 이 사실을 관련 기관에 알리고 전용 비행기를 타고 백악관까지 갑니다. 하지만 백악관에 도착한 후 상황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데요. 올린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 자질 문제로 수습하기 바쁘고 그 와중에 누군가의 생일 파티까지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랜들 박사와 케이트에게는 시간을 내주지 않고 다음날로 미팅을 미루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백악관에서 만난 장군의 행동은 계속 케이트를 고민하게 하는데요. 그는 어디선가 물과 과자를 가져와서는 랜들 박사, 케이트, 테디 박사에게 10달러씩을 주고 팝니다. 하지만 백악관에서는 그것들이 무료였던 것이지요. 장군씩이나 돼서 왜 그런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하며 그녀는 내내 이해할 수 없어 그 일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그것도 일종의 권력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권력을 통해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터무니없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영화 돈룩업은 SF 장르라고 하기에는 혜성 충돌은 소재로만 작용할 뿐 그 외의 정치인, 경제인 등의 사람들에 대한 풍자가 주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일단 케이트와 랜들 박사는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접견하는 것에는 성공합니다. 사태가 중요한 만큼 랜들 박사는 최대한 정확하고 진지하게 대통령에게 상황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어떻게 이야기를 해도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올린 대통령과 그의 일행에게는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 생명에만 관심이 있는 듯합니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위기에 있다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태평할 수 있는지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지요.
얼론 또한 두 과학자들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것을 이용해서 시청률을 끌어올릴 궁리만 하지요. 그러다가 올린 대통령이 정치에 이용할 목적으로 두 과학자들의 뜻에 따라 혜성의 궤도를 바꾸기 위한 일을 추진합니다. 하지만 지구와 충돌하기 위해 다가오는 혜성에 돈이 되는 광물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배시 회사의 피터가 나타납니다. 영화 속에서 피터는 자본주의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인물로 묘사되는데요. 시종일관 여유 있는 말투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을 자신의 아래에 있다고 확신하는 듯합니다. 그는 돈이 되는 혜성을 이용해서 더 큰돈을 벌 것을 목적으로 대통령을 설득합니다.
결국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일은 무산되고 혜성을 잘게 쪼개서 이득을 취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눈에 보일 정도로 다가오는 혜성을 가리키며 사람들에게 위를 보라고 외치게 되죠. 하지만 올린 대통령은 시종일관 철저하게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입니다. 대통령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려는 수작이라며 돈룩업(Don't Look Up)을 외칩니다. 그리고 피터의 계획이 실패인 것이 거의 확실해질 때까지도 그는 괜찮다며 그 싸한 여유 있는 말투를 유지하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는데요. 이때 올린 대통령도 함께 따라가죠. 하지만 자신의 아들이자 비서실장인 제이슨은 잊고 혼자만 가게 됩니다.
영화 돈룩업의 후반부는 약간 장엄하고 교훈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혜성이 다가오고 지구의 멸망이 예상되자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하려고 합니다. 또한 자연의 동물들, 작은 생물들의 모습까지 포착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랜들 박사와 그의 가족, 케이트와 그의 남자 친구가 된 율, 테디 박사는 랜들 박사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평상시와 다름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데요. 그동안 참 많이 가졌었다고 말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더라고요.
영화 돈룩업을 보면서 사람의 욕망을 컨트롤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권력에 눈이 먼 정치인, 돈에 눈이 먼 사업가, 그리고 일반인 들 중에서도 자신의 어떤 이익 또는 욕망을 위해서 윤리 의식은 져버린 모습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나 자신만 하더라도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품들을 보면서 나중에 지금의 모습을 후회하는 날이 오진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혜성 충돌로 인한 멸망이 아닌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인간들이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 벌어진 재난이라는 점에서 예전의 비슷한 사건들도 떠오르게 합니다. 진지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도 당장의 욕망이나 이득 때문에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없도록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영화 돈룩업은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통해서 이런저런 사회 문제들을 떠올려 볼 수 있게 하면서도 가볍고 풍자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돈룩업(Don't Look Up), 2021
감독/각본 : 아담 맥케이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랜들 민디 박사), 제니퍼 로렌스(케이트 디비아스키), 메릴 스트립(제이니 올린 대통령), 케이트 블란쳇(브리), 롭 모건(테디 박사), 조나 힐(제이슨 올린), 마크 라이런스(피터), 타일러 페리(잭), 티모시 샬라메(율), 롤 펄만(베네딕트), 아리아나 그란데(라일리)
개봉 : 2021. 12. 08
장르 : 블랙코미디, 드라마, SF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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