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일어난 실화
영화 모가디슈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실제 일어난 내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식민 통치를 받다가 독립하게 된 소말리아는 1969년에 바레 장군이 쿠데타로 집권하게 됩니다. 그 후 바레 대통령은 22년간이나 권력을 독식하며 장기 집권을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소외된 정치 집단들이 USC(통일 소말리아 회의) 반군을 결성하여 바레 정권을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쟁 상황에서 UN투표권을 얻기 위해 각각 외교관을 파견한 한국과 북한이 함께 이탈리아 구조기를 통해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었는데요. 영화 모가디슈는 그때의 한국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생존이란 한 가지 목표로 혼신의 힘을 다해 탈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실제 그 일을 겪은 당시의 한국 대사인 강신성 저자의 책 탈출은 2006년 출간되기도 하였습니다.
소말리아는 여행 금지국으로 영화의 실제 배경인 모가디슈에서의 촬영은 불가능해서 다른 장소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가디슈의 풍경을 재현하기에 적합한 모로코에서의 촬영을 결정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노력 끝에 1990년대의 모가디슈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촬영이 마무리될 무렵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상영은 늦어졌고 아직도 진행 중인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360만 관객을 동원하여 예상했던 것보다 흥행에 성공합니다.
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2021
감독 : 류승완
주연 : 김윤석(한신성 한국 대사), 조인성(강대진 참사관), 허준호(림용수 북한 대사), 구교환(태준기 참사관)
개봉 : 2021년 7월 28일
장르 : 액션, 드라마
국가 : 한국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1분
과하지 않은 액션과 감동이 있는 영화 모가디슈
영화 모가디슈는 당시 한국이랑 북한이 왜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외교관을 파견하였는지 간략히 설명하는 화면으로 시작합니다. UN투표권을 가진 아프리카 대륙인 소말리아의 한 표를 얻기 위함이었는데요. 당시 소말리아의 집권자인 바레 대통령은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에 북한 대사관은 한국보다 먼저 터를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소말리아 외교정책을 시작한 한국 대사관의 경제적 지원은 북한을 앞지르고 둘 사이의 티격태격 경쟁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한신성 대사 일행이 소말리아 현지 사람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요. 정작 중요한 현수막을 뒤늦게 가져와서 허둥지둥 겨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인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같은 시각 강대진 참사관이 소말리아에 도착하여 한신성 대사 일행을 기다리는 장면 또한 현지 택시기사와의 신경전이 약간 코믹하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조인성이 연기한 강대진 참사관은 영화 내에서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지만 강대진 참사관은 가상의 인물입니다.
강 참사관이 한국에서 가져온 바레 대통령에게 줄 선물을 한 대사관에게 건네주고 둘은 일단 헤어지는데요. 한 대사관 일행은 바레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길에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선물이 든 가방을 빼앗기고 차까지 펑크가 나서 뛰어가 보지만 결국 면담은 취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남한 대사관을 경계하는 북한 대사관이 현지인들과 거래를 해서 꾸민 일인데요. 다음날 한국 대사관은 북한이 반군 세력에게 무기를 제공한다며 소말리아 외무부 장관과 협상을 벌이려고 하지만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그때 마주친 한국 대사와 북한 대사 일행은 서로를 견제하며 티격태격 싸우게 되고 그 순간 군중 시위가 시작되며 영화는 긴박한 상황으로 돌입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일이 벌어지는데 한국 대사관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던 소년이 크게 다쳐 들어오고 그를 쫓는 경찰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 소년의 목에는 USC가 쓰여있는 스카프가 묶여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소년은 경찰을 피해 도주하다가 죽게 됩니다. 상황이 점점 위험해지자 한신성 대사와 강대진 참사관은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서 소말리아 정부에게 달러를 대가로 주고 경비병력을 힘들게 지원받습니다.
반면 북한 대사관은 거래하던 정보원에게 배신을 당해 가진 모든 것을 약탈당하고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데요. 허준호가 연기한 림용수 북한 대사는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현실을 직시하고 직원들과 가족의 안전만을 위해 침착한 수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허준호는 그동안의 연기도 아마도 평범한 역할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전의 이미지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북한 대사의 연기를 잘해서 놀랐습니다. 눈빛부터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실제로 보지 못한 북한 대사를 그대로 재현해 낸 것 같아 실감이 났습니다.
어린아이들까지 있던 북한 대사관 일행을 한신성 대사 일행은 모른 척할 수가 없었는데요. 결국 북한 대사관 일행은 한국 대사관으로 무사히 들어와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됩니다. 이 식사 장면이 정말 저랬을까 싶을 정도로 낯설면서도 왠지 찡한 느낌을 주었는데 처음에 북한 대사관 일행은 음식을 먹지 못합니다. 그러자 상황을 눈치챈 한신성 대사가 림용수 대사의 밥을 바꿔 먹어 보이자 그제야 북한 사람들도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깻잎은 현실성은 좀 떨어지는 듯싶었으나 남한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의 교감을 상징하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간에 한국의 참사관 강대진과 북한의 참사관 태준기가 격투를 벌이는 신이 나오는데요. 일방적으로 제압당하는 북한 참사관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을 중심에 놓고 만들어진 영화인가 싶기도 하고 과한 액션 신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호에 따라서 이 장면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모가디슈는 실제의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정부군과 민간인들의 대치 상황이 계속 보이는 데요. 시위대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한국 대사관에서 친구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테이프를 틀어놓는 동안 대사관 밖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장면은 암담한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어린아이들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여 마음이 아팠고 주인공들도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장면이 꽤 나옵니다. 그리고 차량 4대를 책과 흙을 담은 주머니 등으로 감싸고 정부군과 반군들의 공격을 받으며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가는 신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게 하는데요. 결국 차량 4대는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도착하는 데에 성공하지만 태준기 참사관은 총격을 당해 죽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태준기 참사관의 실제 인물도 심장에 총을 맞은 상태에서 운전을 해서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하며 그는 대사관 내에 매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영화 모가디슈를 보기 전에는 북한, 한국, 전쟁이라는 모티브가 어떤 과도한 자극을 이끌지는 않을까 우려도 했었는데요. 보고 난 후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등장인물들이나 보기 힘들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이나 재미가 감소하는 부분 없이 과하지 않은 액션과 잔잔한 감동으로 끝까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돋보이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한국의 모순되는 감정의 딜레마, 당시 소말리아와 상황이 비슷한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의 내전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라 영화에서는 다 표현되지 않았던 내용도 찾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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