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Call Me By Your Name, 2017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
각본 : 제임스 아이보리
원작 : 안드레 애치먼의 동명 소설(국내에는 '그해, 여름'으로 출간)
음악 : 수프얀 스티븐스
주연 :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엘리오 역, 아미 해머(Armie Hammer)-올리버 역
조연 : 마이클 스털버그(Michael Stuhlbarg)-펄먼 역/아버지, 아미라 카서(Amira Casar)-아넬라 역/어머니, 에스더 가렐(Esther Garrel)-마르치아 역
개봉 : 2018년 3월 22일
재개봉 : 2020년 6월 11일
장르 : 로맨스/드라마/멜로
국가 : 이탈리아/미국/프랑스/브라질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32분
문학과 음악이 있고 감각적인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너무 감각적이라서 통째로 한 편의 시 또는 음악, 미술 작품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린 소년과 성인 남성의 사랑 얘기라고 해서 혹시 자극적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야리야리하고 투명한 느낌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안드레 애치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해, 여름 손님'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 원작 소설을 읽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을 비롯한 제작자들은 영화로 만들 것을 오랫동안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름이라는 한정된 계절을 비롯한 여러 제약에 부딪혀서 9년 만에 영화화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여러 힘든 상황에서도 첫사랑의 감각과 열정, 불안감까지 깊이 있고 아름답게 표현된 이 스토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각본에 참여한 제임스 아이보리는 당시 89세의 나이였는데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으로 최고령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는 두 주인공에 대한 언급 또한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우선 엘리오 역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는 지적이면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주인공과 너무 완벽하게 일치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에 제일 어린 나이로 노미네이트 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그를 처음 봤을 때 똑똑하고 열정적인 성향이 엘리오의 이미지와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올리버 역의 아미 해머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그의 전작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완전한 팬이 되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그의 관능미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자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중간중간 책에 대한 언급이나 주인공들의 지적인 대화들에서 문학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엘리오가 '헤라 클레이토스'의 '우주의 파편'이란 책을 들고 '강이 흐른다는 것은 모든 것이 바뀌므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변화함으로써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있다는 뜻이다'란 내용의 구절을 읽는 부분은 두 주인공들이 관계 맺는 상황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프얀 스티븐스의 음악 또한 영화의 신비롭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데에 한몫을 하고 있는데요. 'Mystery of Love'는 그 해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또한 음악에 재능이 있는 엘리오는 작품 속에서 악기 연주를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티모시 샬라메가 실제 연주를 한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경험
1983년 여름, 이탈리아 크레마가 배경인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여자 친구와 시간을 보내던 엘리오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도착한 올리버를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엘리오가 본 올리버의 첫인상은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모습이었는데요. 올리버는 도착하자마자 피곤하다며 저녁도 안 먹고 잠이 들어서 다음날 아침 식사 때 모습을 드러냅니다. 올리버는 낯선 곳에 도착하여 바로 통장을 개설하고 처음 들어가는 바에서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는 등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으로 보입니다.
영화는 배경이 여름이어서인지 주인공들은 거의 반바지 차림이고 의상 자체로 인한 자연스러운 노출이 많습니다. 그리고 반바지 차림의 두 주인공이 배구를 하는 신에서 올리버가 엘리오의 어깨를 주무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도 이때부터 엘리오의 심경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후 엘리오는 올리버의 '나중에'라고 말하는 습관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 그를 몰래 훔쳐보기도 합니다. 올리버 또한 영화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엘리오를 남모르게 계속 의식하고 있는 듯한데요. 둘은 엘리오의 바흐 곡연주, 올리버의 논문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조금씩 친해지는 듯이 보입니다.
어느 날 밤, 올리버가 파티에서 키아라라는 여자와 춤을 추고 어울리는 장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엘리오의 표정이 한참 동안 나오는데 아무 말없이 바라보는 그 얼굴만으로도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습니다. 엘리오는 오래전 제작된 동상을 호수에서 건져 올리는 현장에 가는 아버지와 올리버를 따라가기도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도 그의 올리버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둘은 시내에 물건을 사러 같이 나가게 되었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지만 적극적인 엘리오와는 달리 올리버는 계속 만남을 피합니다.
그러는 사이 엘리오는 여자 친구인 마르치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신경은 온통 올리버에게 향해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둘은 편지를 매개로 밤에 만나게 되고 그때 영화의 제목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올리버가 엘리오에게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라고 말하는 장면 때문인데요. 이때부터 올리버의 복잡한 심경을 나타낸 표정이 클로즈업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올리버의 복잡함과 엘리오의 순수한 열정이 뒤섞인 둘의 사랑은 결말을 맞게 되는데요. 마지막 장면은 순수하고 강렬하고 매력적이었던 첫사랑에 대한 엘리오의 진심이 전달되어서 긴 여운을 줍니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는 엘리오의 부모님도 인상 깊게 묘사됩니다. 너무 이상적이라서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엘리오의 부모님은 놀랍게도 올리버와의 관계를 알면서 반대는커녕 아들의 감정을 존중해줍니다. 아버지는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지금 느끼는 슬픔과 아픔, 기쁨을 없애지 말고 네가 느꼈던 것을 분명히 느끼라고 말합니다. 엘리오와 올리버 사이의 관계를 아무런 편견 없이 그저 사랑 그 자체로만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더불어 그렇게 바라보는 시각이 놀라웠습니다. 또한 너무 빨리 치유되려고 하다가 나중에 아무것도 못 느끼게 된다며 특별한 일을 겪었던 것을 기억하고 충분히 느끼라고 해주는데요. 나이가 들 수록 예전과는 다르게 웬만한 일에서는 어떤 감흥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잘 알기에 이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이 너무 감각적이고 이상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현실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그 부분이 결코 단점이 되지 않고 그 특별함이 마음속에 오랫동안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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