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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가족의 탄생」특별하고 따뜻한 관계

 

 

가족의탄생
영화 「가족의 탄생」

 

 

「가족의 탄생」 온기 가득한 영화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가족의 탄생」, 좋게 봤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이면 벌써 15년이나 지났는데 그때 만들어진 영화가 지금 봐도 신선하다니 신기하네요. 영화에 나오는 가족들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형태와는 달라서 처음에는 좀 혼동스러웠는데요. 끝날 때쯤에는 왠지 모를 미소와 따뜻한 마음이 남게 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생각나기도 했는데요. 분위기나 스토리는 전혀 다르지만 전형적인 피가 섞인 가족이 아닌 그 외의 특별한 구성으로 이뤄진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어느 가족'이 좀 더 무거운 느낌이라 웃으며 보기는 힘들고 '가족의 탄생'은 좀 더 따뜻하고 가끔 웃기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작품 속에는 총 세 가지의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첫 번째는 미라와 형철의 남매, 형철의 애인인 무신이 중심인 이야기와 두 번째는 선경과 그녀의 엄마의 이야기, 세 번째는 경석과 채현의 이야기인데요. 원래 예전부터 연기 잘해왔던 배우들이랑 당시의 신인이었지만 그때도 연기를 잘했던 배우들의 풋풋함을 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에는 연관성 없던 세 가지의 에피소드들이 마지막에는 연결되어 받아들여지게 되는데요. 딱히 웃기거나 뭔가 큰 성공을 이루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흐뭇해지는 작품입니다.

미라 - 형철 - 무신

영화 「가족의 탄생」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두 남매와 남동생의 연상 여자 친구입니다. 미라는 어느 날 갑자기 몇 년 만에 찾아온 남동생 형철을 반갑게 맞이하는데요. 그는 스무 살 연상인 여자 친구 무신을 데려 옵니다. 그리고 무신의 전 남편의 전 부인의 딸이라고 하는 어린 여자아이가 나타나고 형철은 갑자기 또 어디론가 떠나고 연락 두절된 것처럼 보입니다. 미라와 무신이 마주하고 밥을 먹는 시간 동안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아련하게 반복되는 장면은 묘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결국 두 여성은 연락도 안되고 돌아오지도 않는 형철을 기다리다가 헤어지는 것처럼 인사를 하며 첫 번째 에피소드는 마무리가 됩니다.

 

사랑이 많은 딸, 선경

두 번째 에피소드는 공효진이 연기하는 딸 선경과 그녀의 사랑이 많은 엄마 매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고 공효진의 연기 때문인 것인지 감정적으로 가장 큰 공감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는데요. 딸인 선경은 겉으로는 주변 사람들을 끝도 없이 비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더 사랑이 많은 인물입니다. 특히 많은 남자들을 만난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가장한 사랑은 선경의 모든 행동, 표정, 대사에서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연기가 너무 실감 나서 공효진이 선경일까 싶을 정도였고 중간에 엄마의 남자 친구의 집에 가서 그를 추궁하는 신에서는 그녀가 그동안 느껴왔을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돼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엄마의 가방이 열렸을 때는 선경과 함께 눈물이 흘렀는데 아마도 실감 나는 연기에 몰입이 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랑이 많은 채현과 그 사랑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경석

정유미의 앳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채현과 풋풋했지만 진지한 봉태규가 연기한 경석이 버스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세 번째 에피소드는 시작됩니다. 전혀 연관성 없는 달걀과 사이다의 어울림을 소재로 이야기하면서 친해지는 두 사람은 연인이 되는데요. 주변 모든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도와주려는 채현과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로워지는 석현의 갈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쯤 되어서는 미라, 무신이 다시 등장하면서 관객도 경석도 채현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자연스러움과 예의가 있는 따뜻함

요즘 가족의 사랑이란 뭘까 생각을 할 기회가 가끔 생기는데 그럴 때면 내가 하는 것을 과연 가족들이 사랑이라 느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형식상의 가족이긴 하니까 함부로 말해도 행동해도 사랑에 의심받는다는 염려가 없으니 너무 거리낌 없이 대하는 건 아닐까 하는 반성도 들고요. 특히 미라와 무신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오래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둘은 겉으로는 전혀 연관 없는 사람들인데 미라가 마지막에 선택하는 관계는 일반적인 기준하고는 다르다는 점도 특이했고요. 그러한 미라의 선택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서 소중한 관계가 형식을 넘어서 진정 따뜻한 느낌으로 유지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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