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여운 것들에서 열연을 펼친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네요. 원래 연기를 잘하는 배우지만 가여운 것들에서는 그것 외에 어떤 의지 같은 것들도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어요. 주인공 벨라가 온갖 역경을 경험하고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올인한 것 같더라고요.
저는 일단 요르고스 란티모스란 감독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싶지만 망설였는데요. 워낙 겁이 많아서 놀라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돼서였죠. 요르고스 감독의 영화를 거의 보진 못했지만 오래전에 봤던 킬링디어를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해져서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영화 가여운 것들은 명확한 주제가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이었어요. 물론 내용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시작할 때부터 진하게 느껴지는 인공적인 아름다움에서부터 재밌겠다는 기대가 되더라고요. 미학적인 특별함 때문인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 미술상, 의상상도 수상했습니다.
가여운 것들 줄거리 ( 스포일러 주의 )
영화 가여운 것들의 내용은 기괴합니다. 벨라라는 여성은 자신의 뱃속 아기의 뇌를 이식받은 사람이었죠. 그녀는 임신한 상태로 강물에 뛰어들어 자살을 했는데요. 백스터 박사가 그녀를 자신의 연구실로 데려와서 태아의 뇌를 이식해서 살려낸 것이죠.
백스터 박사는 의사로 사람의 몸이나 동물로 여러 실험을 하는 사람이었죠. 자신의 아버지 또한 백스터 박사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기에 그는 소화기관까지 제거된 상태였습니다. 소화기관이 제거되었기에 기구를 이용해 무언가를 내뿜으며 식사를 해야 했죠. 그 실험 때문인지 얼굴 또한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피조물처럼 흉측했습니다.
이 영화가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린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굳이 생각해 본다면 벨라가 아닌 백스터 박사가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피조물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피조물이 만약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면 나중에는 저렇게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스터 박사가 벨라를 창조하고 겪으면서 자신과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거든요. 아무튼 가여운 것들은 프랑켄슈타인에 비하면 너무 희망적이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벨라는 영화 속 주요 등장인물들에게 사랑을 받습니다. 우선 그가 갓이라고 부르는 고드윈 백스터 박사, 그녀의 약혼녀인 맥스 맥캔들리스는 조건 없는 사랑을 보여주죠. 두 사람은 처음에는 벨라를 보호하기 위해 밖에 나가지 못하게 막지만 결국에는 그녀가 모든 모험을 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해 줍니다. 돌아온 후로도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고요.
영화 가여운 것들이 또 다른 주요 인물은 던컨 웨더번인데요. 그는 맥스 맥캔들리스와 약혼한 벨라를 유혹해서 바깥세상으로 데리고 나가는 인물이죠. 벨라는 던컨이 자신을 소중히 다루지는 않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여행을 떠납니다. 던컨과 모험을 하고 돌아온 후 맥스 맥캔들리스와의 결혼은 하기로 하고요.
던컨과 떠난 벨라는 겪을 수 있는 온갖 경험을 다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그렇게까지 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온갖 감정을 느끼는 모습이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영화를 보면서 여성이 해방 등등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냥 사람의 인생사가 담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벨라의 원래 남편인 블레싱턴 경을 보면 억압된 여성의 해방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벨라는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의 원래 남편이라고 말하는 블레싱턴을 순순히 따라갔는데요. 벨라가 되기 전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살았기에 자살까지 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죠.
군인으로 나오는 블레싱턴은 늘 권총을 소지하며 주변 사람들을 위협하고 조롱하는 인물이었습니다. 팔에 깁스를 한 채로 뜨거운 수프를 들고 오는 하녀를 놀라게 해 흘리게 하면서 재미있어하는 사이코패스였죠. 결국 벨라는 다시 백스터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데요. 블레싱턴은 그런 벨라를 총으로 위협하며 못 가게 막다가 결국 자신이 다치고 말죠. 그 후 벨라와 맥스는 블레싱턴을 치료해 주지만 염소의 뇌를 이식시킨 후 자신들의 정원에서 키우게 됩니다.
줄거리로만 보면 말도 안 되고 기괴한 내용이지만 영화로 보면 정성스러운 화면과 몰입된 연기들로 그저 재미있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영화 자체에서 워낙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에 위화감 같은 것도 들지 않았고요. 하지만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만큼은 현실과 와닿는 부분이 많아서 철학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작과의 차이점
영화 가여운 것들은 엘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소설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인 것 같은데요. 소설에서는 인조인간 벨라가 맥캔들리스의 회고록에서 등장합니다. 현실 속 맥캔들리스의 아내 벨라는 그가 죽은 후 그 이야기를 읽고 불쾌해하며 후손들에게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죠. 그러면서 자신의 남편은 왜 당대 유명 소설들을 짜집기 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만들었나 하며 비판하죠. 또한 벨라가 후손들에게 남긴 편지에서 백스터는 괴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고 자신이 원래 사랑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도 흥미롭더라고요.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오래전부터 이 소설을 영화화하고 싶어 해서 작가에게 허락을 구했다고 했는데요. 소설에서는 사회문제나 벨라 친부의 이중성, 당시 사회 분위기, 원래 남편인 블레싱턴 경에 대한 어두운 면이 좀 더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아기 벨라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임팩트하게 잘 보여준 것 같아요. 물론 러닝 타임이 2시간 20분이라 좀 길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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