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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아무도 모른다」지금은 어떻게 지내니

 

 

아무도 모른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음 아픈 영화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에 도쿄에서 일어난 아동 방치 사건을 소재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사건이 일어난 집에 동네 청소년들이 몰려들자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를 해서 이 일이 세상에 밝혀졌다고 하는데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잔상이 계속 남아서 실제 사건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는데 몇몇 부분은 훨씬 더 참혹해서 마음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아무도 모른다」에는 4명의 아이들이 나오는데 장남인 아키라, 둘째 딸 교코, 셋째 아들 시게루, 막내딸 유키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해맑고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느꼈는데 4명 모두 아마추어 배우로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미리 정해진 대본을 외우게 하지 않고 촬영 직전에 상황 설명을 해주는 등의 세심한 연출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 중에 돋보이는 역할은 첫째인 아키라인데요 어린 동생들을 위해 엄마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야 하는 눈빛,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보는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유난히 깊고 서정적인 눈빛은 대사가 많지 않은 가운데서도 모든 걸 말해 주는 역할을 해내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키라 역을 맡은 당시 14살이었던 야기라 유야는 올드보이의 최민식을 포함한 경쟁 배우들을 제치고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 / Nobody Knows, 誰も知らない, 2004
개봉 / 2005.04.01
재개봉 / 2017.02.08
러닝타임 / 140분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Koreeda Hirokazu
주연 / 야기라 유야(아키라), 키타우라 아유(교코), 키무라 히에이(시게루), 시미즈 모모코(유키)

 

담담한 슬픔의 깊은 파장

 

「아무도 모른다」의 스토리 라인은 사실 단순합니다. 어느 날 엄마가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돌아오겠다는 메모를 남긴 채 아이들만 남기고 떠납니다. 엄마는 실제로는 나쁜 사람인 것이 분명한데도 영화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게 표현되어 있는데 떠나기 전날 깜깜한 방에 누워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딱히 누굴 욕할 수 있는 포인트도 없어서 너무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아키라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거의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견뎌내는 모습이 너무 담담하게 그려져서 보는 사람들을 더 마음 아프게 합니다. 마치 원래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불평하는 모습도 거의 없이 견뎌내는 아이들의 모습 때문에 가슴이 심하게 아린데 그것도 감독의 의도라고 하더라고요.

영화 초반에는 아이들이 엄마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나름대로 평화롭게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잠시 묻어 두고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도 잠깐 지을 수 있을 정도인데요 뒤로 갈수록 생활비도 바닥나고 아키라도 지쳐갑니다. 결국에는 영화의 마지막쯤에는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이 생기는데 그 장면 또한 담담하게 풀어내서 응축된 슬픔이 가슴에 박힌 듯 답답했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먹먹하고 무거운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두 번은 보기 힘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유일한 영화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끔찍한 장면 하나 없고 격한 감정 동요를 보이는 인물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화면도 아름답고 잘 만들어진 훌륭한 영화라는 것은 너무 잘 알겠는데 한 번도 겨우 봤기에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만으로도 너무 먹먹해서 힘든데 본 적도 없는 실제 아이들이 자꾸만 떠올라서입니다. 그리고 소식이 너무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는데 이젠 어른이 되었을 아이들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아동학대 사건이 많은데 그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분노와 함께 죄책감도 느끼지만 실제로 뭔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 너무 큽니다. 저는 이 영화도 그렇고 아이들에 대한 어떤 사건을 듣게 되면 세상의 모든 희망이 다 막혀버린 것처럼 절망적인 느낌이 드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부터가 뭔가를 당장 실천하지도 않으니 죄책감에 괴롭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좋은 어른이라는 확신도 없으니 동일한 상황에 처하면 비슷한 행동을 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이미 떠나버린 엄마를 대신할 무수한 어른들 중 아무도 그 아이들을 아는척하지 않았는데 저도 이미 그들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그 아이들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실천할 마음 또는 능력, 아니면 공공기관에 신고할 정성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스스로에게 듭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의 질서를 잘 지키고 남을 해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대해 마음과 행동으로 돌볼 수 있는 인격과 능력도 갖추는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생각해 봅니다. 만약 나 자신에 대해서 그러한 자신감이 조금은 생긴다면 이런 영화를 보고 이렇게까지 괴롭기만 하지 않고 어떤 해결에 대한 작은 희망을 구상해볼 수도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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