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바탕으로 한 오드 판타지
영화 「경계선」은 북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트롤'을 소재로 한 스웨덴 영화입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 로맨스와 범죄, 차별 문제 등의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렛미인」의 원작자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국내에도 올해 7월에 소설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경계선 / Border, Gräns, 2018
개봉 / 2019.10.24
장르 / 판타지/로맨스/멜로
국가 / 스웨덴, 덴마크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10분
감독 / 알리 아바시
주연 / 에바 멜란데르(티나) 에로 밀로노프(보레)
원작 /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특별한 능력의 주인공, 티나
「경계선」의 주인공 티나가 등장했을 때 내용도 내용이지만 외모를 자꾸 집중해서 보게 됩니다. 왜 얼굴을 저렇게 분장했을까 하는 의문이랑 그걸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하는 것 등 말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들에선 반대로 어쩜 저렇게 예쁠까 하는 이유로 자꾸 주인공의 외모를 보게 되었는데 경계선에서는 왜 저렇게 설정했을까로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뭔가 다른 것 같긴 한데 외모 말고 특별히 다른 것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출입국 세관으로 일하는 티나는 냄새로 사람들의 감정을 읽을 수가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티나는 그 능력을 활용해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가려낼 수가 있는데 그들에게서 수치심 등의 고약한 냄새를 느낄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출입국 세관으로 맨 앞에 서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냄새를 맡고 있는 모습은 어쩐지 외로워 보이고 슈퍼를 갈 때 느껴지는 타인의 시선은 더더욱 티나를 쓸쓸하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떤 뚜렷한 근거나 설명 없이 수년간 느껴온 사람들은 그런 시선만으로도 상처를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티나는 일이 끝나면 차를 운전해서 숲 속에 있는 집에 가는데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공간처럼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티나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롤랜드라는 남자가 자신의 개들이랑 살고 있습니다. 롤랜드랑은 특별한 교감은 없어 보이고 각자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있어서 함께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티나는 아버지에게 롤랜드에 대해서 그래도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티나가 중간중간 숲 속 동물들이랑 교감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특히 거대한 순록이랑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런 동물들은 거의 롤랜드랑 싸우거나 틀어졌을 때, 티나가 더욱더 외로워졌을 때 나타나서 위안을 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티나의 특별함을 일깨워주는 보레
어느 날 티나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서 불법 영상물을 다량 가지고 있는 남성을 가려내게 되고 그와 관련된 제작자를 찾는 것까지 협조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세관에서 일을 하던 중 보레라는 수상한 남자를 알게 되고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자신의 집까지 초대하게 됩니다. 사실 보레는 처음부터 티나가 보통의 인간이 아닌 자신과 같은 종족임을 알았지만 바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티나는 롤랜드가 없는 사이 보레와 생전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알려주지 않고 속여왔다는 것에 분노하고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서 화를 내며 진실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그때 아버지에게 자신이 다름으로 고통을 받고 살아오는 동안 왜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냐고 울분을 토하다가 집에 돌아옵니다. 그 장면에서 그동안 티나가 일반적인 기준에 들어가서 살기 위해 치러온 고통이 얼마나 거대한 것이었는지 느낄 수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티나와 보레의 특별한 사랑으로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는데 후반부로 가면 좀 더 불편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보레와 티나는 인간에 대한 관점, 삶의 방향성과 도덕적 기준 등이 맞지 않아 헤어지게 되지만 진짜 나를 깨달은 티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모든 경계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
일단 영화 「경계선」은 최근 본 것 중에 가장 집중할 수 있었고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재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내가 왜 재미있다고 느꼈을까 생각해보니 가장 큰 요소는 새로움과 자연스러움이었습니다. 새로움은 영화 자체가 그러한데요, 전혀 지루하지 않고 모든 요소가 낯설지만 연계되어 잘 짜여 있어서 몰입도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란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서 외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각을 계속하게 되는 것입니다. 낯선 영화를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인생의 중요한 요소를 심도 있게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 이 영화의 특별함이고 재미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각 잡고 생각할 필요 없이 「경계선」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안에는 내가 너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도 중요한 요소라 주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상에서는 '트롤'이라는 요소가 다름이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눈에 보이기도 안보이기도 하는 무수한 다름이 있기에 끝도 없이 생각이란 것을 하게 만듭니다. 다름은 틀림이 되어버려서 다름을 갖고 있는 당사자는 틀리지 않도록 되지도 않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에서 다름에 대한 편견을 너무 잘 알기에 다름이 있는 당사자를 사랑하면서도 티나의 아버지처럼 그 고통을 모른척하고 선 안에 들어와 주길 바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인생에서 불필요한 괴로움을 느끼며 따라가려고 하는 것들을 가려내서 특별한 삶을 계획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기에 내 안에 있는 편견을 버리고 나와 타인의 상황을 바라본다면 이미 포기하고 있던 행복에 조금은 더 가까운 인생을 경험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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