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개봉 : 2009.02.12
재개봉 : 2017.11.16
장르 : 로맨스/멜로/판타지
국가 : 미국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66분
감독 : 데이빗 핀처 (David Fincher)
주연 : 브래드 피트 (Brad Pitt, 벤자민 버튼 역) / 케이트 블란쳇 (Cate Blanchett , 데이지 역)
원작 : F. 스콧 피츠제럴드 (F. Scott Fitzgerald)의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배경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인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소설과 영화 모두 원제는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이지만 제목이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작품 내용이 더 잘 드러나도록 변형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벤자민이 노인으로 태어나서 아기로 죽는다는 모티브를 빼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원작 소설과는 전체적인 분위기,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이 다르게 표현되어있는데요. 일단 시대적 배경도 소설에서는 벤자민이 1860년생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1918년생이고 공간적으로도 볼티모어에서 뉴올리언스로 바뀌어서 설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친부모에게 키워지지만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은 설정으로 나오며 친부가 둘 다 사업가이긴 하지만 사업의 내용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차이가 있는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인데요. 원작 소설은 낭만은 거의 느낄 수 없이 기이한 현상을 설명문처럼 서술하다가 곳곳에 블랙 유머를 삽입하여 씁쓸한 웃음을 주었다면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로맨틱한 드라마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데이빗 핀처 감독은 오랫동안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해 오다가 그에게 각별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원작 소설과는 다르게 주인공과 가까웠던 사람들의 죽음 장면이 유독 많이 나오고 휴머니즘, 따뜻함, 사랑 등이 느껴지는 매우 감성적인 영화로 탄생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두 남녀 주인공도 눈여겨볼 만한데요. 먼저 벤자민 역의 브래드 피트는 노인부터 젊은 청년의 분장까지 소화하며 심오한 내적 변화까지 다 담아내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펼쳤고요. 그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케이트 블란쳇은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과는 반대로 점점 아기가 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인정하고 보살펴주는 진정한 사랑의 형상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벤자민의 특별한 일생과 소중한 만남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시작은 임종을 앞둔 노인이 자신의 딸에게 유언이라며 낡은 일기장을 읽어달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 일기장은 벤자민의 일생이 담긴 것인데요. 어머니의 부탁으로 딸은 그 일기장을 읽기 시작하고 벤자민의 기이한 탄생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18년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벤자민은 늙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아들을 괴물로 여긴 아버지에 의해 요양원 앞에 버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요양원을 운영하는 퀴니는 벤자민의 엄마가 되어 주고 정성으로 키워진 그는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됩니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벤자민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먼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벤자민에게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피그미 오티,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친절하게 피아노를 가르쳐준 할머니, 그리고 주말에 자신의 할머니를 보기 위해 요양원에 방문한 소녀 데이지입니다.
처음 만남에서부터 벤자민과 데이지는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고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됩니다. 데이지는 외로운 벤자민에게 큰 힘이 되는 존재였는데요. 자신의 손녀가 늙은 모습을 한 아이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싫어한 데이지의 할머니에게 벤자민은 모욕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유일한 친구 피그미 오티도 떠나게 되고 피아노를 알려준 할머니도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자 벤자민도 진정한 선원이 되기 위해 마이크 선장을 따라 배를 타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쯤 그는 자신이 점점 더 늙어가는 것이 아닌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벤자민은 마이크 선장과 선술집에 가기도 하는데요. 거기에는 그의 친아버지가 있었고 그 친부는 아들을 알아보고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벤자민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전쟁에 배를 타고 출전하게 된 벤자민은 마이크 선장을 잃게 되고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고향에서 데이지를 다시 만나지만 자신의 늙은 외모가 그녀에게 폐가 될까 봐 그녀를 밀어내고 둘은 또다시 헤어지게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손님으로 찾아온 친부는 아들에게 진실을 고백하며 전재산을 유산으로 남기고 죽게 되고 그가 죽기 전엔 벤자민도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게 됩니다.
갑자기 나타난 친부의 장례까지 치른 벤자민은 마음이 헛헛하였는지 데이지를 찾아가지만 이번에도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그녀를 밀어냅니다.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데이지의 소식을 듣고 병원에 찾아간 벤자민을 이번에는 그녀가 밀어내지만 결국 고향에서 재회한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되지요.
얼마 후 나이 든 어머니 퀴니가 죽게 되지만 이젠 벤자민도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혼을 한 벤자민과 데이지는 나이대가 비슷해지는 시기가 있는데요. 그때가 그들에겐 가장 행복한 시기로 예쁜 딸까지 낳게 됩니다.
하지만 벤자민은 점점 어려지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짐이 될까 봐 딸 캐롤라인이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 그들에게 전재산을 남긴 채 떠나는 것을 선택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어머니의 부탁으로 일기장을 읽던 딸은 벤자민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잠시 충격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속 일기장을 읽기 시작하고 벤자민이 자신을 향해 쓴 엽서를 통해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도 있게 됩니다. 사실 캐롤라인이 학생이었을 때 벤자민은 그들을 찾아온 적이 있었고 그때 데이지와 하룻밤 동안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요. 일기는 여기까지가 끝이고 다음부터는 데이지가 이야기합니다.
벤자민과 헤어진 후 수년이 지나고 데이지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되는데요. 폐건물에서 아이의 모습으로 발견된 벤자민의 일기장에 적힌 연락처로 사람들이 연락을 했기 때문이지요. 다시 만난 벤자민은 치매 증상이 있는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데이지는 그를 돌보기 시작합니다. 둘은 나중에는 같이 살게 되고 벤자민은 데이지의 품에서 갓난아기의 모습을 한 채 죽게 됩니다.
인생과 사랑에 대한 따뜻한 시선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비정상으로 태어난 주인공의 특이한 일생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의 삶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기이한 상황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따뜻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에게 부모의 사랑을 느끼게 해 준 퀴니, 인생의 여러 가지 깨달음을 이야기해 준 피그미 오티, 피아노와 죽음을 가르쳐준 할머니, 흥미진진한 인생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마이크 선장, 살아있음의 중요함을 알게 해 준 번개 맞은 할아버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준 데이지 모두 그런 역할을 하는데요. 사실은 그들 모두 각자 자신들의 삶의 주인공으로 벤자민과 다르지 않고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각자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여러 가지 본질적인 의미를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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