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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색, 계」위험하지만 후회없는 사랑

 

영화 「색, 계」

 

색, 계 / Lust, Caution, 色, 戒, 2007

개봉 : 2007.11.08
재개봉 : 2016.11.09
장르 : 로맨스/멜로
국가 : 미국, 중국, 대만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57분

감독 : 이안 / Lee Ang
주연 : 양조위 / Tony Leung Chiu Wai (이), 탕웨이 / Tang Wei (왕치아즈)

역사적 배경이 있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영화 「색, 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아이링의 동명 단편소설을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이라고 하는데요. 탕웨이가 연기한 왕치아즈의 실제 모델인 점핑루(1918~1940)는 중국 국민당으로부터 암살 지시를 받고 친일 고위간부에게 접근했지만 실패하여 22살의 나이로 총살형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양조위가 연기한 이는 실제 딩모춘(1901~1947)이라는 남성으로 일제강점기 때 상하이 왕정위 친일 괴뢰정부 정권의 고위간부였다고 합니다. 딩모춘은 비록 점핑루에게는 암살당하지 않았지만 중일전쟁이 끝나고 친일파를 처형하는 과정에서 1947년 난징 교도소에서 총살형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암살 사건이 모티브였을 뿐 실제로는 원작 소설이나 영화와 달리 점핑루는 끝까지 자신의 계획을 완수하려고 암살을 시도하다가 정체가 발각되어 체포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는 친일 간부를 사랑하게 된 여성 스파이의 내용으로 역사 왜곡이라는 이유로 중국 내부에서 반발이 있었고 탕웨이는 3년간이나 중국 활동이 금지되었었다고 합니다.

'계'로 시작하여 '색'으로 완성

 

영화 「색, 계」는 이의 집에서 그의 부인과 마작을 하던 왕치아즈가 약속이 있다며 갑자기 나가고 카페에 앉아 지난날을 회상하는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사실 이 장면은 마지막에도 한번 더 나오는데 처음 시작할 때의 느낌과 영화 마지막쯤에 느꼈던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영화는 왕치아즈의 4년 전 홍콩대학시절로 되돌아가는데요. 그녀는 원래 조용하고 소극적인 학생이었으나 아마도 처음에는 광위민의 열정에 반해 애국 연극 모임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왕치아즈는 실제로 연기에 열정이 생겨서 몰입하게 되고 애국 연극 모임은 왕정위 친일 괴뢰정부의 고위간부인 이를 암살하려고 계획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왕치아즈는 막부인으로 위장하여 이에게 접근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때 왕치아즈가 친구에게 이의 첫인상에 대해 생각했던 것 하고는 달랐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때부터 왕치아즈와 이가 함께 나오는 모든 장면이 설레었는데요.

비 오는 날 왕치아즈와 이가 마주치고 나서 다시 집에 들어오는 이, 그녀가 연락처를 써놓은 메모지를 눈여겨서 보는 이, 둘이 양복점에서 눈빛을 교환하던 모습들이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격렬한 사랑이 시작되기 전의 전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양복점에서 옷을 맞춘 후 식사를 하러 가서 하는 이의 모든 말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두려움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왕치아즈에게 약한 모습을 살짝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신중한 이는 왕치아즈와 집 앞에서 헤어지고 갑자기 상하이로 발령이 나서 떠나 암살 계획은 실패합니다.

3년 후 왕치아즈와 이는 상하이에서 재회하게 됩니다. 중국 국민당 소속으로 본격적으로 애국 활동을 하던 친구들과 함께 왕치아즈는 다시 막부인으로 이를 만나게 됩니다. 둘의 첫 만남에서 이는 홍콩에서와는 달리 왕치아즈를 보며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는 점점 경계를 풀고 왕치아즈를 믿게 되고 왕치아즈도 자신의 임무와 이에게 끌려가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결국 사랑을 선택하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었던 사랑


예전에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결말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고 안타까워서 보고 나서 좀 화가 나기도 했었는데요. 그때는 왕치아즈는 이를 사랑해서 자신의 목숨도 버렸는데 그의 마지막 행동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자에게 사랑은 그렇게 한 순간에 놓아버릴 수 있는 것인가 싶어서 괜한 배신감도 들었고요.

그리고 탕웨이를 그때 처음 보고 나서 매력에 너무 빠져버린 반면 오랫동안 좋아했던 배우 중 한 명인 양조위가 이런 역할을 하다니 하면서 그 충격도 상당했습니다. 멋있고 우수에 젖어 있고 착한 역할만 하던 양조위가 이상하고 나쁜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까지 잘하니 오히려 너무 속상했었어요.

그런데 그 사이 저의 뭔가가 변한 것인지 이번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는 그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가 마지막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전에 왕치아즈에게 보여준 말들과 행동, 눈빛들에서 진심이 너무 느껴졌기에 사랑이었을까 아니었을까를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물론 실제라면 로맨틱하게 느껴지지 않을 상황이지만 둘의 연기가 모든 걸 뛰어넘으니 그저 아름답다는 느낌만 남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드는 생각이 있는데요. 그건 사랑은 진짜 뭘까 하는 것이랑 많진 않았지만 그동안의 인연들이 정말 사랑이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영화 「색, 계」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계산적인 틀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둘 뿐이었던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소중한 사람들에게만은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 반성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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