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 The Reader, 2008
개봉 : 2009.03.26
재개봉 : 2017.01.19
장르 : 로맨스/멜로/드라마
국가 : 미국, 독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23분
감독 : 스티븐 달드리 / Stephen Daldry
주연 : 케이트 윈슬렛 / Kate Winslet (한나 슈미츠)
랄프 파인즈 / Ralph Fiennes (마이클 버그)
데이비드 크로스 / David Kross (어린 마이클)
원작 소설을 더 빛나게 한 영화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2차 대전 후의 독일을 배경으로 10대 고등학생과 30대 여인의 사랑을 담아내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인데요. 당시 독일에서 「양철북」 이후 가장 흥행한 소설로 인정받았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어 전 세계 40개국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소설은 나이 차이를 극복한 파격적인 사랑 뒤에 시대의 아픔과 딜레마, 개인의 오랜 시간에 걸친 깊이 있고 풍부한 심리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는데요.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영상매체의 장점을 살려 시대를 뛰어넘는 주인공의 삶과 심리를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소설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또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영화 「더 리더」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인데요. 특히 케이트 윈슬렛은 30대의 거침없고 매력적인 여성에서부터 법정에 선 무지하고 단순해 보이는 40대의 한나, 감옥에서의 세월 또한 성실하게 수행해낸 60대의 노인 역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어 2009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인생을 뒤흔든 사랑과 시대의 딜레마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1995년 중년이 된 마이클이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시작되는데요. 시간은 1958년으로 돌아가 고등학생인 마이클이 집에 가는 중 심하게 아파서 갑자기 버스에서 내려 어느 건물에서 잠시 쉬게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그 건물에 사는 한나가 그를 지나치지 않고 집까지 바래다주게 됩니다. 마이클은 몸이 회복되자 한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는 명목으로 그녀의 집에 방문하게 되는데 그날부터 10대 소년과 30대 여인의 사랑은 시작됩니다.
둘의 사랑은 매일매일 이어지게 되고 어느 날 한나는 마이클에게 학교 공부에 대해 묻다가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행위는 둘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되는데요. 마이클은 점점 더 한나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집중하며 책을 읽어줍니다. 한편 전차 검표원으로 일하고 있던 한나는 성실함을 인정받아서 사무직으로 승진하지만 전혀 기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이클의 생일날 둘은 크게 다투었다가 화해를 하지만 한나는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영화는 시간이 흐른 1966년 법대생이 되어 재판을 관람하는 마이클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거기에는 유태인 수용소에서 감시원으로 일한 한나가 가해자로 재판을 받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이 한 행위를 숨김없이 성실하게 진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따라 어린 시절 수용소 생활을 한 마더는 한나가 어린 소녀들을 불러 책을 읽게 하고는 그 아이들을 선별해서 아우슈비츠로 보냈다고 진술합니다.
마이클의 관심사는 처음엔 자신의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준 한나에게 오로지 집중되어 있던 걸로 보였으나 점차 희생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가 중간에 유태인 수용소로 보이는 곳에 혼자 방문해 당시의 참혹함을 눈으로 보고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그 일에 대한 사색을 안 할 수가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수용소들이 갇혀 있는 교회에 불길이 덮쳤을 때 문을 안 열어주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문제로 한나에게 모든 죄가 덮어씌워지려는 순간 그녀는 자신이 글을 모른다는 것을 들키는 것 대신 중죄를 선고받는 것을 택합니다.
그 재판을 보면서 마이클은 과거의 일들과 겹쳐져 그녀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차마 그녀가 스스로 한 선택에 맞서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한나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것을 목격하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한나는 성실한 수감 생활을 하고 마이클은 판사가 되어 결혼하여 가정도 생겼지만 그녀를 잊지 못하고 이혼 후 고향집으로 가서 전에 읽어줬던 수십 권의 책을 읽어 녹음테이프로 만들어 교도소로 보냅니다. 그러면서 둘의 인연은 다시 시작되고 비로소 한나도 노인이 되어서야 자신의 두려움과 맞서기 시작합니다.
무지에서 오는 잘못에 대하여
영화 「더 리더」를 보면서 처음에는 금기된 사랑이 특별해 보이고 그 안에서 책을 읽어주는 행위가 굉장히 로맨틱한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소년과 여성의 각기 다른 긴장감과 설렘이 과장된 사건 없이도 잘 묘사되어서 더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그들의 사랑보다 더 큰 비중으로 인간의 수치심과 나약함, 악함, 죄, 용서, 화해, 벌 등의 도덕적인 기준과 가치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유태인들에게 끔찍한 일들이 행해졌던 그 시대에 한나는 생계를 위해 감시원으로 성실하게 임했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 무지했던 것도 죄이기에 문맹이라는 것으로 용서를 받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약 그 당시 같은 상황에서 아무도 없고 글도 모르는 상태로 생계를 위해 그 일을 하게 되었다면 다른 이상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부끄러운 답도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실 영화 속에 마이클의 법대생 친구의 말대로 그 당시 몇 천 개의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모두가 다 아는 그 일을 다들 모른척해놓고 이제 와서 몇 명의 여자들만 앞에 두고 악마라고 하는 꼴이라는 말에도 공감이 갔습니다.
그와 비슷한 의미로 마이클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면회를 갔을 때 한나에게 사죄를 했냐고 묻는 장면이 마음이 아팠는데요. 한나의 죄를 이해해주자는 의미가 아니라 피해 당사자들 말고 그녀에게 그 죄를 추궁할 자격이 다른 사람들에게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어서입니다. 물론 법적인 정당한 책임은 물어야 하겠지만 감정을 실어서 그녀를 비난할 시간에 모두가 함께 반성을 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물론 영화에서는 피해자들에게 감정이 없던 그녀가 죄책감을 느끼며 속죄의 의미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지만 한나가 평생을 안고 살았을 수치심과 무지가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에서 무지로 오는 폐해는 꼭 한나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항상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람이 살다 보면 자신의 단순한 욕망과 하루하루 버티는 일과에 쫓기게 되고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깨닫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번 계기로 더 늦기 전에 내가 하는 일과 말, 행동들이 어떤 결과로 흘러가는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점검해서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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