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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행복배틀 책 리뷰 - 불행한 자들의 SNS 파티

ENA에서 수목드라마 행복배틀이 시작해서 눈여겨보다가 원작소설 행복배틀을 읽게 되었어요. 역시 스릴러 장르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히는 것 같아요. 행복배틀은 SNS 상에서 펼쳐지는 행복 배틀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단순히 말해서 SNS 상에서 자신의 행복을 남들에게 과시하는 게 인생의 전부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어요.

특히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고급아파트에 살면서 같은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엄마들인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행복을 만들어서 SNS에서 과시하는 모습은 실제로는 불행하다는 증거로 느껴지더라고요.

 

소설-행복배틀-표지
행복배틀

 

사실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SNS에 자신의 진심을 담기보다는 있어 보이는 그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잖아요. 평소에는 그런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었는데 소설 속 인물들이 조금 과해서 그런지 경각심이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행복배틀 속 주인공은 가짜 행복에 너무 열중해서 진짜 현실의 소중함은 잊은 채 죽기까지 했으니까요.

 

행복배틀은 오유진과 장미호, 둘의 인연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미호와 유진은 고등학교 때 절친이었지만 어떤 비밀을 공유하는 것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지게 됩니다. 둘이 왜 멀어지게 되었는지는 소설 내내 궁금증으로 남아 있다가 마지막쯤에 가서야 밝혀지는데요. 소설을 읽는 내내 피해자였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미호가 나중에는 가해자로 느껴지더라고요.

 

 

은행에서 SNS 마케팅을 담당하던 미호는 SNS이벤트 우수상 당첨자로 오유진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요. 유진이 이벤트에 보낸 가족사진 때문이었죠. 하지만 오유진과 연락이 되지 않아 우수상은 재선정되었는데요. 그 후 얼마 있다가 장미호는 부부 피살 사건의 주인공으로 모자이크 처리된 오유진의 가족사진을 접하게 됩니다.

 

그 후 미호는 유진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그녀의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는데요. 유진의 주변에는 그녀와 경쟁적으로 SNS에서 행복을 과시하던 유치원 엄마들이 있었죠. 과열된 행복 배틀에서 쉽게 이기는 방법은 상대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도 알게 되고요. 또한 행복해 보이기만 했던 유진의 가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품으면서 유진의 남편과 대치하는 상황도 맞게 되는데요.

 

소설-행복배틀-속지
행복배틀

 

그렇게 미호가 유진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의 진상도 파악하게 되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미호는 마지막에야 친구 세경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소설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중점적으로 느껴지는 포인트가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유진의 슬픈 사연에 마음 아파할 수도 있고요.

 

저는 사람들이 의외로 실체 없는 것에 대단한 영향을 받는 것에 것에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 겪었던 일이나 현실 그대로의 상황보다 어떤 소문이나 의심이 자신을 뒤흔들고 관계를 끊어낼 만큼 작용한다는 것도 무섭고요. 결국 행복도 불행도 실제보다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상기하게 되었습니다.

 

소설-행복배틀-속지
행복배틀

 

그리고 그 사실을 소설 속 주인공들도 몰랐던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자신이 왜 그토록 안 좋은 생각에 휩싸이는지 본인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어떤 충격적인 불행을 겪은 후 제대로 회복을 하지 못한 채로 살다 보면 작은 행복이 찾아와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하거든요. 계속 행복까지 불행으로 바꿔서 보다 보면 점점 행복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고요. 이미 마음속에 큰 불행이 자리 잡은 상태라면 불행한 생각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겠구나란 생각도 들었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좀 다른 생각을 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꾸 교훈적으로 결론을 맺게 되네요. 어릴 때는 책 속의 주인공들이 겪는 일들이 나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이제는 모든 일들이 나라도 그 상황이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살면 살수록 인생에 확신이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소설을 읽으면 다양한 삶에 대해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되어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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