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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영화 다음 소희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영화 다음 소희를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2023년도, 이 이야기의 실화 사건이 벌어진 2017년에도 개인적으로 너무 정신이 없어서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당시 뉴스를 접하고 고등학생이 콜센터에 실습을 나간다는 사실이 너무 이해가 안 간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콜센터는 언뜻 생각하기에도 하루 종일 불만을 들어야 하는 곳이기에 사회 경험이 많은 어른들이 버티기에도 너무나 벅찬 곳이잖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니 소희가 일하는 콜센터는 불만을 듣고 해결해 주는 것을 넘어 고객의 해지 요구를 돌려 막는 곳이더라고요. 회사가 고객들을 잃지 않기 위해 상담사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것이었죠. 고객의 입장에서 당장 해지를 원하는데 이런저런 응대로 시간을 끌고 계속 같은 말을 하게 만든다면 웬만하면 좋은 말을 하기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또한 내가 상담사라도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 그 요구를 없던 일로 만들고 회사의 요구대로 일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니 그런 일을 어떻게 해내나 싶더라고요.

 

 

 

 

 

그런 일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일을 고등학생들한테 시킨다니 영화를 다 본 후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시스템이 그렇다고 해도 왜라는 생각만 계속 들더라고요. 소희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대부분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참 이해가 가지 않았고요.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학교가 아이들에게 인심 쓰듯 보낼 수 있는 일터는 아니잖아요.

 

영화를 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소희의 캐릭터인데요. 소희는 부당한 것에 대해 대응을 할 줄 알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줄 아는 똑 부러진 성격으로 보였어요. 콜센터 일도 빠르게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고 성격도 밝은 사람이었죠. 소희가 무너져 버린 것은 아이가 힘들다고 말해도 못 들은 척 자신들의 안위만 살피던 어른들 때문이었죠. 물론 소희의 주변 어른들도 자기 자신의 삶조차 당당하게 꾸리지 못하는 모자라고 약한 존재들이었기 때문이겠죠.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영화는 끝이 나는데 그래서인지 마음속 답답함이 계속 남아 있네요. 아마도 영화 속에서 이런 관객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이 경찰 유진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은 배우 배두나의 연기가 궁금해서였는데 안내자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이런 영화가 나왔음에도 아직도 비슷한 일들이 생겨나고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들기 때문인데요. 그리고 개인적인 다짐으로는 나도 약한 존재이기에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단단한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어떤 시스템 안에서 나의 안위를 우선으로 두고 나보다 약한 존재들의 고통을 모른 척할지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적어도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고통을 인정해 줄 수 있는 마음의 크기는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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