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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안나 VS 친밀한 이방인

쿠팡플레이에서 제작한 수지 주연의 드라마 안나를 뒤늦게 감상했는데요. 총 6부작이라 생각보다 짧아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드라마 안나의 원작 소설인 친밀한 이방인도 읽어보았습니다. 소설도 드라마처럼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었는데 원작과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다른 점도 있었습니다.

 

안나-포스터-여주인공의-옆모습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

 

주인공의 시점

 

 

드라마 안나와 소설 친밀한 이방인의 가장 큰 차이로 느낀 것은 주인공의 시점입니다. 안나에서는 주인공 이유미 자체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래서인지 여주인공 자체에 대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고 유미의 범상치 않은 행동을 객관적으로 비난만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소설 친밀한 이방인에서의 이유미는 철저하게 제삼자의 시선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일단 소설 속에서 난파선을 쓴 소설가 나와 유미의 마지막 아내였던 진의 시점이 나옵니다. 그리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유미의 주변 인물들의 관점에서만 그녀가 이야기되기 때문에 미스터리 한 존재로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거짓말의 시작

드라마에서도 소설에서도 이유미의 거짓말의 시작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드라마에서는 공부를 굉장히 잘하다가 갑자기 서울로 전학가게 되는 바람에 성적이 떨어지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원래 공부를 잘하지 못했음에도 상위권 학교만 고집하다가 낙방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둘 다 부모님의 실망을 피하기 위해 합격을 했다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이유미의 인생이 꼬이게 됩니다. 대학에 합격을 했다는 거짓말을 시작으로 그 학교의 동아리 활동까지 하게 되고 다른 학교 남학생과 연인으로 지내며 결혼 직전까지 발전하게 되지요. 하지만 곧 이유미가 가짜 대학생이고 부잣집 딸도 아니란 사실이 밝혀지는 즉시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됩니다.

 

그 후 아버지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이유미는 평범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다가 편집샵에 취직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살았지만 어느 한순간 또 무너지고 마는데요. 드라마에서는 이현주를, 소설에서는 강미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학위를 훔쳐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됩니다.

 

드라마 안나에서 유미는 이현주의 미술 학위를 이용해서 이안나라는 이름으로 평생교육원 교수까지 하게 되고 권력 욕심이 많은 유명한 벤처 사업가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소설 친밀한 이방인에서는 음악 전공으로 바뀌어서 처음에는 피아노 학원 강사로 일하다가 평생교육원을 거쳐 예술전문대학의 전임강사로까지 일하게 됩니다.

 

드라마에서는 이유미가 이안나 교수로 일하면서 남편과의 관계에서 오는 상실감과 증오심으로 더 이상의 신분 변화 없이 끝을 준비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그 과정에서 이현주의 역할도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이유미는 성형외과 의사와 결혼생활을 하던 중 강미리의 학위를 훔쳐온 것이 들통나면서 결혼과 일자리를 모두 잃어버린 후의 또 다른 삶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이쯤에서 이안나라는 이름이 나오는데요. 드라마에서는 이현주의 어릴 때 별명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이유미의 어린 시절 별명으로 나오는 아나스타샤에서 따온 것으로 나옵니다. 이안나가 된 이유미는 다시 한번 평범한 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또다시 유혹에 빠지고 맙니다. 이번에는 고급 실버타운의 원장으로 일하기 위해서 의사 자격증까지 위조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윤노인과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결국 또 끝이 나고 노숙자로 지내다가 진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진이라는 여자는 소설의 초반에서 난파선이란 소설을 매개로 친밀한 이방인의 화자인 소설가를 만나러 왔던 인물인데요. 진은 남장 이유미와 결혼을 하게 되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소설 친밀한 이방인은 뒷부분에서 약간의 반전이 있는데 그 반전이 이유미와 크게 연관이 있지는 않습니다.

 

거짓말은 언제 끝이 날까

드라마 안나의 예고편을 봤을 때는 주인공이 계획적이고 독하게 자신의 인생을 꾸려갈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중간에 유미가 하는 대사처럼 어쩌다 보니 거짓말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계속 그런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소설 친밀한 이방인은 드라마보다는 건조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 이유는 제삼자의 시선으로 유미를 서술한 것도 있고 여주인공이 남장까지 해서 알 수 없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이기도 합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이유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거짓말의 행위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거짓말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 주변인들까지 끌고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거짓말을 하고 싶을 때는 언제였나 생각해보니 불리한 상황에 놓였을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뭔가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뭔가를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인공 유미도 주변 사람들의 실망이나 무시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누구나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유미는 그 거짓말로 인해 실제로 놀라운 성과도 달성합니다.

 

그런데 거짓말로 이뤄진 삶과 성과는 유미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진 못하는데요. 그렇다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행복할 자신이 없기에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거짓말을 멈출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유미가 원래의 자신의 모습으로 살면서도 희망을 느낄 수 있을 때나 아니면 거짓말을 했던 자신의 모습까지 받아주는 상대를 만났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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