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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최종화 리뷰 - 원작과 다른 결말

8부작으로 구성된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이 최종화까지 방영되었습니다. 저는 최종화에서 주란의 행보에 좀 놀랐어요. 8화 중반까지만 해도 원작과 비슷한 흐름이겠구나 했는데 주란의 자백으로 완전 다른 결말이 된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저는 원작 소설의 결말보다 드라마의 결말에 왠지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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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있는-집

 

원작과 다른 승재의 성격

주요 사건 자체와 등장인물들의 구성은 원작과 거의 같죠. 그런데 등장인물 중 승재의 캐릭터가 원작과 가장 달랐던 것 같아요. 원작에서 승재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로 느낌상 엄마보다는 아빠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소설 마지막쯤에 승재가 수민을 해친 진범이 맞을 것 같은 떡밥까지 던져주거든요. 그것을 느낀 주란은 그냥 아들을 믿기로 하고 살아가기로 하죠. 사실 이것은 재호만 사라졌을 뿐 주란의 불안은 계속되는 것을 예상하게 했는데요. 또한 주란은 마당이 있는 집을 내놓고 짐을 챙기러 갔다가 나오면서도 수민과 재호의 망상 때문에 쫓기듯 그곳을 빠져나옵니다.

 

그런데 드라마 속 승재의 캐릭터는 엄마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던 인물이었어요. 아빠가 자신에게 우유를 탄 수면제를 건넬 때도 우선 엄마의 안부부터 확인하죠. 또한 옆집 해수를 마트에서 도울 때도 저번에 엄마를 도왔기 때문에 자신도 돕는 거라는 말을 하는데요. 승재의 주요 관심은 엄마의 안부로 보였어요. 결정적으로 4화부터는 승재가 자신의 진심을 얘기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우선 승재는 주란에게 자신도 사실은 엄마와 같은 냄새를 맡았다고 고백합니다. 이어서 재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수민을 죽였다고 외치는데요. 자신은 더 이상 있던 일을 없던 일처럼 지낼 수 없다고 하죠.

 

 

이것은 원래 주란이 했어야 하는 말인데 승재가 대신 용기를 내서 하는 말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승재는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외할머니에게 5천만 원을 빌려 주란과 함께 살 집까지 구하죠. 이 부분도 소설에서 승재가 친할머니와 가까웠던 설정과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승재는 자신이 얻은 집에 찾아온 주란에게 진실을 얘기하는데요. 자신이 수민을 밀어서 다치게 한 것은 맞지만 그 후 살아있는 수민을 아빠가 목 졸라 죽이는 것을 봤다는 얘기를 하죠. 그런데 그런 아빠가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니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요. 박재호는 승재가 죽인 수민을 자신이 뒷수습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행동을 가족들에게 납득시키려고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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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승재는 아빠보다는 엄마를 많이 닮아서 있던 일을 없던 일처럼 덮고 살 수 없었죠. 그 때문에 따로 집까지 나와서 주란에게 진실을 얘기한 것이고요. 물론 승재도 수민을 밀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진 못했지만 재호가 결정한 처리 방식에 맞설 엄두가 안 났을 것 같아요. 최종화에서 주란이 승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것을 따지며 자수하라고 했지만 전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잖아요.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났어도 전혀 미안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죠. 오히려 자신의 뜻을 거스른 승재와 주란을 괘씸해했으니까요. 심지어 별 고민도 없이 아내와 엄마의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며 주란의 목을 졸랐죠. 그리고 결국에는 주란이 재호를 계단에서 밀어버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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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란의 자백으로 지킨 것들

주란은 원래 재호와 공모하여 가정을 지키기 위해 상은을 해치기로 하죠. 그것을 모르는 상은은 주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재호를 없애기 위해 집에 찾아오고요. 소설 속에서는 원래 주란이 상은도 재호도 해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애초에 상은을 해칠 생각은 없어 보였어요. 그보다 그 과정에서 재호의 진심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던 듯한데요. 결국 재호의 실체를 받아들이죠.

 

결과적으로는 상은은 살고 재호는 주란이 계단에서 밀어 죽고 마는데요. 소설 속에서는 실제 주란이 밀어서가 아니라 몸싸움 도중 재호가 계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게 되었죠. 그래서인지 소설 속 주란은 재호의 병원에서 가져온 메스로 자해 후 자신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포장하여 진술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쯤에는 진짜로 재호의 말대로 승재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덮고 살아가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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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주란이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더라고요. 자신이 재호와 공모하여 상은을 해치기로 하였고 결국에 남편을 죽였다고요. 또한 굳이 윤범을 남편이 죽였고 이를 아는 상은을 박재호가 없애기로 마음먹은 것이라는 거짓말까지 해주는데요. 이는 상은이 진심으로 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거짓말 같더라고요. 주란은 동영상을 통해 상은이 윤범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는 모습을 봤고 그 지옥에서 빠져나와서 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이해했던 것 같아요. 또한 비슷한 처지의 상은이 잘 살아줘야 자신도 더욱 힘이 날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주란의 자백은 자신이 한 행동을 명확히 인식하고 책임질 힘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따라서 이것은 승재와 자신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체적인 삶을 살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고요. 집에서 나와 살려고까지 했던 승재에게 힘이 되는 엄마의 모습이기도 하네요. 또한 소설에서 마당이 있는 집을 쫓기듯 도망 나왔던 것과는 달리 드라마에서는 승재와 함께 전과는 달리 웃으며 그 집에 그대로 머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것은 주란이 불행했던 일들을 떠올리더라도 망상이나 불안에 쫓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자아가 생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결말에 대한 감상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결말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주란과 상은 두 사람은 어쨌든 남편을 해쳤는데 평범한 일상을 사는 모습의 엔딩이 거북하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데 저는 일단 드라마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기보다는 주인공들의 감정이나 상황에 공감하면서 봐서 그런지 그런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둘 다 너무 큰 불행을 겪었던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은 아니고 가급적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주란과 상은 둘 다 극단적인 일을 저질렀던 것이 자신들이 살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실제로 상은처럼 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임까지 당했다는 뉴스도 자주 접했고요. 상은은 극 중 대사처럼 누군가를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닌 자신과 아이가 살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죠. 주란 또한 자신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가족도 교체할 수 있다고 목을 조르는 남편으로부터 살기 위한 행동이었고요.

 

현실에서는 큰 불행을 겪은 사람들은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사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드라마에서라도 큰 불행 후 홀가분하진 않더라도 평범한 일상을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더라고요. 현실에서는 큰 불행을 겪은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그게 또 낙인이 되어 살아가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드라마로 캐릭터들의 모습을 눈으로 봐서 정이 들었는지 소설처럼 둘 다 힘겹고 막막한 일상을 대면하는 엔딩은 속상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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