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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파트2 연진이가 무너지는 과정

지난 주말은 더 글로리 파트 2를 보느라 유난히 더 빨리 지나간 느낌입니다. 더 글로리는 복수도 복수지만 피해자가 범죄자가 되지 않아서 더 시원했던 것 같아요. 파트 2는 동은이가 치밀하게 짜놓은 판에 가해자들이 알아서 무너지는 모습을 지체 없이 보여주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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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진이는 악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어리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동은과 대조되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연진이가 동은의 복수로 위기를 맞았을 때 대처하는 방법과 무너지는 모습에 대해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적반하장, 뻔뻔함으로 일관하기

연진은 자신의 치부를 하도영한테 끝까지 감추고자 했었는데요. 그런데 막상 동은의 집에서 도영과 마주치자 부끄러워하거나 미안함을 내비치는 모습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동은의 집까지 방문한 도영에게 실망했다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었죠. 아마도 이때 도영은 사건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연진 자체에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또한 연진은 도영이 최혜정과 만난 것과 동은과의 사이를 따지기도 했는데요. 도영이 동은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것을 듣고 엄연한 바람이라며 화를 내기까지 합니다. 이에 도영이 재준과 연진과의 관계를 언급하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죠. 연진은 동은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계속 도영과 멀어진 듯합니다.

 

 

소희 엄마의 자필 고발글을 인터넷에 올려 연진의 학폭기사가 납니다. 이에 도영은 연진을 도우려고 회사 변호사들과의 자리를 마련하죠. 하지만 연진은 사실 여부보다 증거가 없으면 자신이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대응을 하면 된다는 뻔뻔한 논리를 내세우며 변호사들을 오히려 가르칩니다. 이때 도영뿐만 아니라 변호사들도 연진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은 표정을 보였는데요. 힘과 돈이 있더라도 모두 연진처럼 대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인만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사라가 학폭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바람에 연진은 방송국 국장으로 부터 추궁을 받게 되는데요. 그저 피곤한 일이 계속 생기는 것도, 설명해야 하는 것도 짜증이 난다는 식으로 A4용지에 사직서, 박연진 이 6글자만 적어서 제출하고 맙니다. 또한 증거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살인은 주저 없이 바로 부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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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없다

연진이 자신이 한 일이 들통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잘못인지를 정말 몰라서인 것 같아요. 따라서 연진에게 사과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연진에게는 자신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두 번 찾아오는데요. 먼저 동은이 학폭 증거 자료들을 보여주며 이제라도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한다면 복수를 멈추겠다고 합니다. 동은이 연진에게 사과의 기회를 주는 것은 미끼가 아닌 진심이었는데요. 도영이 자신의 집을 방문할 때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예의를 보여준 것에 대해 동은도 친절을 베풀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연진은 이 기회를 망설임 없이 날려 버립니다. 사과는커녕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하죠. 오히려 태어날 때부터 지옥인 동은의 인생이 자신이 동기 부여를 제공해 줘서 나아질 수 있었으니 감사하라는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자신이 한 일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인생에 권선징악, 인과응보는 없다고 말하는 걸 보니 그 일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일인 줄은 인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피해자에게 왜 사과가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런 모습은 동은이 망설임 없이 복수를 진행할 수 있는 이유에 힘을 보태줄 뿐이었습니다.

 

15화까지 진행되고 나서도 도영은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연진 곁을 떠나지 않았는데요. 도영은 인터넷에 올라온 소희 엄마의 글을 보고 충격을 받고 동은을 만나 사실 여부를 물으며 소희 집 주소를 묻습니다. 이때 동은은 사실 여부는 도영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며 집 주소만 건네주죠. 그리고 도영은 연진에게 소희 집 주소를 건넨 후 찾아가서 사죄하고 죗값을 받던지 아니면 결혼생활을 끝내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연진은 자신이 죽인 게 아니라 소희가 발을 헛디뎌서 떨어진 건데 왜 사과를 해야 하냐고 화를 내죠. 그러자 도영은 사실상 그 현장에 있었다는 연진의 고백을 듣게 되고 둘의 관계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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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을 괴롭힐 새로운 고데기를 찾는다

연진의 어처구니없는 대처는 동은을 오히려 돕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요. 그래도 연진에게는 상대의 약점을 찾아서 괴롭히는 특기가 있었죠. 어리석어 보이기만 했던 연진도 이때에는 가장 생기 있고 영악해 보이더라고요. 바로 동은을 괴롭힐 고데기로 현남과 동은의 엄마를 찾을 때였는데요.

 

연진은 동은의 집에서 발견한 현남 남편의 사진과 동은 앞으로 된 추가 자동차 등록증으로 쉽게 현남을 찾아옵니다. 현남을 협박하는 연진의 모습은 약한 상대를 괴롭히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데요. 연진은 현남에게 딸 선아를 언급하며 겁을 주는 것도 모자라서 물리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습니다. 또한 현남에게 동은의 뒤를 캐는 것과 자신의 친구들을 미행하라고 지시하기도 하죠. 물론 연진의 행동을 미리 짐작한 동은이 현남에게 미리 귀띔을 해준 것이고 실제로 현남이 동은의 고데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동은을 괴롭힐 두 번째 고데기로 등장하는 동은 엄마, 정미희는 그 역할에 너무나도 충실했는데요. 정미희는 이번에도 돈 때문에 딸 인생을 망치는데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죠. 결국 정미희는 학부모들한테 촌지까지 요구하고 동은이 학교를 그만두게 만듭니다. 너무 적극적으로 동은을 괴롭혀서 드라마로 보면서도 끔찍하더라고요. 또한 동은이 엄마의 그런 악행에 분노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엄마라는 말이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정미희는 동은이 불을 무서워한다는 걸 알고 불까지 내는데요. 정미희는 자신의 악행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죠. 결과적으로 동은의 복수에 큰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연진의 편에 서서 자신을 지옥으로 몰고 가는 엄마의 모습을 봐야 하는 동은은 그 어느 때보다 절망적으로 보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너지다

이렇게 연진은 동은의 복수에 대한 파장으로 자신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 때마다 무지함이 결합된 당당함으로 일관했는데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심지어 자신이 하는 일이 자기 자신에게 어떤 해가 될지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었죠. 하지만 사실 연진의 내면은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연진은 여정의 성형외과에 방문하여 마취 상태에서 손명오와의 일을 실토하고 마는데요. 너무 놀란 나머지 넋이 나간 채 병원을 빠져나와서 집에 와서도 자신의 몸에 혹시 증거가 있는지 살피는 모습을 보이죠. 또한 서울 주병원 앞에서는 죽은 소희의 환영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다니던 점집에서는 소희로 빙의된 무당의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해서 달아나는데요. 이 것은 동은이 무당에게 사주해서 시작된 일이지만 중간에 진짜로 소희의 영혼이 무당에게 빙의되고 결국 무당은 벌전을 받고 죽고 맙니다. 이때 동은도 놀라는데요. 소희가 지금까지 자신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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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연진의 내면이 무너지는 계기는 예솔이와 엄마로부터 손절을 당할 때인데요. 예솔이는 엄마의 잘못을 알고 더 이상 엄마가 자랑스럽지 않다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동은에게 엄마가 자신이 소희를 죽인 범인이란 증거로 명찰을 건네주려고 했다는 것을 알고 완전히 무너지고 맙니다. 사실 연진 엄마의 이름은 홍영애로 등장인물 중 이름에 ㅇ이 가장 많은 사람이었죠. 파트 1에서 연진 엄마가 연진에게 ㅇ자 이름 들어간 친구랑은 살이 끼니까 놀지 말라고 말했었는데 의미 있는 반전이었습니다. 사실 그 누구보다 연진을 망치고 나락으로 가게 한 인물은 자신의 엄마 홍영애가 맞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연진은 교도소에서 마주친 엄마에게도 외면을 당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동은이 학폭을 당할 당시 경란에게 외면당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진은 교도소에 면회 온 동은을 초췌한 모습을 하고서도 보고 싶었다며 당당한 척 맞이하는데요.

동은은 이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우리의 끝이 

내가 세상에 있든 없든

너의 세상이 온통 나였으면 좋겠어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뼈가 아리게 억울해하면서

 

여기에 연진은 안 들킬 수 있었는데 억울하다면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이 뭐가 억울하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동은은 평생 넌 아무것도 모른 채 지옥에서 오래오래 살아주길 빈다고 하고 나오죠. 이로서 평생 연진의 세상은 동은과 알 수 없는 그 무엇으로 채워져서 다시는 행복을 꿈꿀 수 없는, 진짜 벌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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