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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하도영, 나이스한 관점으로 되짚어보기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은 가장 흥미롭고 입체적인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보는 관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인물이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권선징악을 강조한 드라마라서 시종일관 악역은 악역으로, 선한 역은 선함으로 채워졌지만 하도영만은 중간 지점 어디쯤에 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하도영을 나이스한 면에 초점을 맞춰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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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포스터

하도영을 나이스한 관점으로 바라보자니 문동은이 빠질 수가 없었는데요. 도영이 동은이로 인해 변화를 겪은 것은 맞는 것 같아요. 물론 연진의 일도 컸겠지만 감정적으로는 동은의 영향이 더 컸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도영과 동은이 함께 나오는 장면들 위주로 되짚어 보았습니다.

 

 

하도영은 파고다 기원에서 바둑을 두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는데요. 어느 날 최 변호사의 얘기를 듣고 동은에게 처음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젊은 여자가 혼자 기원에 와서 바둑을 두는 것도 신기한데 이기기까지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집에서도 동은의 바둑을 복기하며 그녀를 떠올리죠. 그리고 언젠가부터 도영은 기원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동은이를 찾기 시작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다시 한번 당황하고 돌아가려 하는데요. 그러다가 때마침 마주친 동은을 자신도 모르게 응시하며 천천히 다가갑니다.

 

그런데 도영은 아무리 봐도 승패보다는 상대에게 관심이 쏠려 있는 듯 동은에게 일방적인 질문들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예상과는 다른 동은의 답들로 혼란스러움만 더해졌기에 바둑은 물론 모든 주도권을 동은에게 뺏긴 듯하죠. 기원에서 나와 동은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도영이 지나가다가 차를 세우고 들어옵니다. 도영은 또다시 동은에게 질문을 쏟아내는데요. 아마도 도영은 자신이 혼란스러운 이유를 찾고자 더 동은에게 질문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죠. 그러다가 언뜻 유리창에 비친 동은의 시선에 다시 한번 당황하며 호기심을 넘어선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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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영은 예솔이의 담임선생님이 연진과 친구 사이인 것을 알게 되는데요. 전에 연진이 예솔이 담임 선생님에 대한 험담을 했기 때문에 둘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도 자동적으로 인지하게 됩니다. 또한 예솔이 공개 수업 때 연진과 사이가 좋지 않은 담임 선생님이 동은이란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게 되죠. 이때 자신이 예솔이 친부임을 알게 된 재준까지 공개 수업에 나타나서 다시 한번 도영을 불쾌하게 하는데요. 이날 도영의 입장이 아닌 객관적인 기준에서도 재준의 모든 말들은 선을 넘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도영이 한 행동은 재준이 스스로 자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네요.

 

도영은 혜정을 통해 동은이가 연진이의 학교 폭력 피해자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전에 동은이가 인생을 다 건 도박에서 이기려고 한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죠. 도영은 전에 연진이 예솔이 담임에 대한 험담을 했을 때 바로 동조하지 않고 타당한 이유부터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연진과 동은의 관계도 10년 이상을 함께한 자신의 와이프가 아닌 제삼자의 얘기부터 들으려고 했는데요. 그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중요시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도영은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할 겸 바둑 공원을 찾았다가 여정과 바둑을 두게 되는데요. 그러다가 누군가의 복수를 도우러 왔다는 여정에게 행운을 빌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합니다. 생각을 정리한 도영은 동은에게 만나자고 연락하는데요. 그런데 도영은 동은을 만나자마자 춥지 않냐고 묻습니다. 도영은 이때에도 자신이 며칠 동안 생각을 정리하며 마련한 질문 대신 동은을 보자마자 떠오른 감정에 충실하죠. 그리고 준비된 질문을 하고 이번에는 예상했던 답을 들은 후 동은의 집까지 방문하게 됩니다. 사실 이번에는 예상이 틀리기를 바랐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일부러 접근한 겁니까, 나한테?
그럼 혹시 바둑도 일부러 배운 겁니까?

 

도영은 동은의 집에서 연진과 마주치는데요. 연진은 동은의 집 도어록을 부수고 무단 침입을 한 것도 모자라서 신발을 신고 담배까지 바닥에 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연진은 동은과의 일에 대해 묻는 도영에게 상식 밖의 대답을 하죠. 아마 이때 도영에게는 연진의 어처구니없는 태도가 그녀가 학폭 가해자였다는 것만큼이나 큰 충격을 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영은 그 후로도 예솔이를 위해서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연진과의 개인적인 관계는 선을 긋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연진이 동은과의 관계를 묻자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얘기합니다. 또한 연진과 재준의 관계를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도 드러내죠.

처음 봤을 땐 호기심이었고
다시 봤을 땐 이기고 싶었는데
주도권도 다 뺏기고 허둥거렸어
그런 순간도 갖고 싶었어
바둑을 두면서 그런 숨 막히는 순간도

 

더글로리-문동은더글로리-하도영
더 글로리

도영은 문득 동은이가 자신이 손명오를 찾기를 바랐다는 것을 깨닫고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고자 그녀에게 연락을 합니다.

이번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궁금증을 다 해결하려고 세명시가 아닌 서울에서 동은을 만나죠. 하지만 도영은 이번에도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일로 당황하고 마는데요. 코트를 벗은 동은의 팔 전체에 있는 화상 흉터를 보고 그저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죠. 그리고 첫 질문으로 아직도 아프냐고 묻는데요. 오로지 연진에 대한 복수만을 생각하고 있는 동은에게는 바람직한 질문이 아니었죠. 이에 동은은 도영이 연진 옆을 떠나 폐허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도영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연진이 옆을 떠나지 않을 거란 것을 방금 알았다고 하는데요. 그러고는 동은에게 그러니 또 보자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파트 2를 다 보고 나니 도영은 가정은 지키려고 했지만 연진이 옆에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편으로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의 법적인 노력 정도는 했지만 감정적으로는 전혀 연진에게 휘둘리지도 않았고요. 아마도 이때 도영은 동은의 팔이 화상 자국으로 뒤덮인 것처럼 그녀의 세계는 온통 박연진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은데요. 그래서 준비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동은에게 영영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갑자기 닥친 혼란으로부터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채 연진도, 동은도 떠날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연진도, 동은도 정리할 수 없었던 도영에게 결정적인 일이 생기는데요. 바로 전재준이 예솔이 학교를 찾아가서 대놓고 아빠 노릇을 한 것이죠. 이때 도영은 재준에게 처음으로 참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킵니다. 재준은 동은의 복수가 개입되지 않았더라도 도영과 앙숙으로 지냈을 캐릭터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날 연진이 자신에게 말도 없이 예솔이를 할머니 댁에 보낸 일로 도영에게 따지는데요. 도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연진에게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말해버리고 예솔이에 대한 확고함을 드러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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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도영은 다시 만난 여정과 바둑을 두다가 그가 복수를 돕는다고 했던 사람이 동은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때 도영은 여정에게 동은에게 하지 못했던 질문을 하는데요. 복수를 하면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클 것 같은데 왜 멈추도록 말리지 않느냐는 것이었죠. 매사에 이성적이고 복수를 꿈 꿀만큼 억울한 고통을 겪어 본 적 없는 도영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질문이었습니다. 반면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여정이 동은 대신 설명해 주는데요. 피해자가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영광과 명예뿐인데 누군가는 그걸 복수로 되찾을 수 있다고요. 또한 복수가 성공해도 피해자는 덜 불행할 뿐이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영은 인터넷에 올라온 소희 엄마의 고발글을 읽고 큰 충격을 받고 동은을 만납니다. 동은은 언젠가부터는 도영에게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하거나 설득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도영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이 아니었죠. 나중에 연진에게 사죄하라며 소희의 집 주소를 건네주기도 하니까요.

또한 소희의 안치실 비용을 대신 완납해 주기도 하죠.

 

도영은 동은을 마지막으로 만난 이날, 그녀의 복수가 진행되는 동안 궁금했던 점 두 가지를 드디어 묻는데요. 하나는 왜 연진이가 가장 고통스러워할 예솔이를 복수극에 내세우지 않았는지였습니다. 거기에 동은은 그럼 하도영 씨도 고통스럽잖아요라고 대답하는데요. 자신이 피해자라고 해서 복수를 위해 무고한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이유는 없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동은은 학교를 떠나면서 예솔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듯이 도영에게도 미안한 마음에 언젠가부터는 적극적으로 그를 끌어들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이 복수극 끝나면 문동은 씨는 행복해집니까,였었죠. 거기에 동은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딱 죽을 만큼만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파트 1에서부터 도영은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는데요. 하지만 도영은 동은을 향한 자신의 감정에는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 혼란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도영이 연진과 이혼 후 전에는 먹지 않던 삼각김밥을 먹는 것은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더라도 동은이도, 그녀의 복수도 받아들였다는 의미 같아요. 사실상 일정 부분은 동은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더 글로리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인 하도영에 대해 정리해 봤는데요. 도영과 동은과의 관계가 워낙 흥미로워서 그것에 대한 내용 위주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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