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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이터널 선샤인 - 끝나자마자 다시 보고 싶어지는 이유

이미 여러 번 봐서 영화 감상보다 굿즈에 더 무게를 두고 극장을 찾았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또 보고 싶어지는 것은 무슨 일일까 싶다. 원래 사랑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짐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을 특별히 애정하는 편도 아닌데 이터널 선샤인 안에서만큼은 그 모든 것들이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들의 사랑에 마음이 시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도 것도 좋다.

 

 

 

 

특히 마지막에 짐캐리가 말하는 OK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울컥했고 하마터면 울뻔했다. 나한테 하는 말도 아닌데 그 짧은 단어가 왜 그리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인지.. 또다시 상처받게 되더라도, 실망하게 되더라도, 불행하게 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선택할 거야라는 의미가 담긴 말이라서 그 어떤 고백보다 설레는 단어로 느껴진다. 그 순간, 그 장면에서 OK는 대체 불가능한 단어다.

 

이터널 선샤인은 이야기 구조가 조금 복잡해서 처음 봤을 때는 살짝 이해하기 어려웠다. 여러 번 봐놓고도 지금도 순서가 조금 헷갈리긴 하는데 아마도 조엘(짐캐리)이 갑자기 기차를 타고 몬톡으로 향하면서 영화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곳에서 파란 머리의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을 만나고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그 이유는 이미 한때 연인이었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조엘과 헤어진 뒤 클레멘타인은 라쿠나사를 통해 둘이 함께한 기억을 지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조엘 역시 분노와 슬픔 속에서 같은 방식으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삭제하기로 결정한다. 기억은 최근 것부터 거꾸로 지워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툼과 상처의 기억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이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의 행복한 기억으로 이동해 간다.

 

기억 삭제가 진행될수록 조엘은 자신의 선택을 점점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라쿠나사에 제공하지 않았던 다른 기억 속으로 숨어 클레멘타인과 함께 도망치며 기억을 붙잡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어린 조엘의 상처와 수치스러웠던 기억들에 클레멘타인이 함께 하는 장면들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기억 삭제는 예정대로 끝나고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영화의 첫 장면처럼 다시 몬톡에서 만났던 것이다.

 

 

 

 

두 주인공은 기억을 되찾지는 못하지만 라쿠나사에서 일하던 메리가 보낸 테이프를 통해 자신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메리는 라쿠나사의 원장인 하워드와 과거 연인이었고 그 기억을 지운 인물이기도 하다. 메리도 사랑으로 인한 고통을 지우려고 기억삭제를 진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이 지워진 후에도 메리는 하워드에게 이성적으로 끌리게 되고 결국 키스까지 하게 된다. 그걸 목격한 하워드의 부인은 메리에게 과거를 알려주고 그 충격에 그녀는 라쿠나사의 고객들에게 상담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보내 주었던 것이다. 라쿠나사의 기술이 기억은 삭제할 수 있어도 감정 자체는 지울 수 없다는 것을 메리는 깨달았을 것이다.

 

메리가 조엘과 클레멘타인에게 보낸 테이프에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기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테이프에는 서로를 험담하는 내용이 있었기에 모든 기억을 지운채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을 시작하려던 두 주인공은 혼란스럽고 불쾌해한다. 하지만 결국 또다시 실망하고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도 다시 서로를 선택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가 유독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두 배우의 존재 때문이다. 코미디 배우로 각인되어 있던 짐 캐리가 어둡고 슬프고 소심한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다는 게 당시 굉장히 의외였는데 너무 잘 어울려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짐캐리가 연기하는 조엘이 왠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또한 타이타닉에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케이트 윈슬렛 역시 자유분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클레멘타인을 멋지게 소화해 낸 것 같다.

 

여러모로 의미 있고 빛나는 그 시절의 두 배우를 바라보다 보면 나의 그 시절도 함께 떠오르고 애틋한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보는 일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잠시 떠올려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마도 다음 재개봉할 때도 또 보러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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