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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최종화 리뷰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오당기 최종화에서 등장인물들의 무너진 모습은 볼 수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오히려 밝은 분위기로 마무리가 되었네요. 그동안 무겁고 슬픈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엔딩에서는 희망이 느껴져서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의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박기영의 서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희망이 느껴지는 엔딩을 보니 왜 오진성이 주인공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만약 차영운이나 박기영이 주인공이었는데 밝은 엔딩이었다면 더더욱 당혹스러웠을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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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유정숙과 정우노, 박기영과 배민규는 죗값을 받게 되었습니다. 더불이 진진 메디컬의 악행에 동조했던 배의원과 검찰총장등도 모두 벌을 받게 되는 시원한 전개로 이어졌어요. 그런데 속이 시원하다기보다는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의 형벌이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해서는 너무 약한 것 같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현실에서는 그나마 돈과 권력이 있다면 마땅히 받아야 할 형벌도 받지 않지만요.

 

유정숙은 진우의 병실에 들어가서 직접적으로 그를 해치는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그전에 구구절절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는 모습은 정말 극혐이더라고요. 법정에서 자신의 만행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을 인지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시나 빌런 답더라고요.

 

 

자신의 행위가 아들을 살리기 위한 엄마의 의무였던 것처럼 말하고 모든 지옥을 가겠다고 하죠. 하지만 남의 아들을 잔인하게 해쳐서 자기 아들을 살린 것을 후회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과연 지옥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자신의 아들을 살리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던 사람이 결국 차영운을 살렸는데 무슨 지옥을 운운하나 싶었습니다. 법정에서 구형받은 무기징역은 끔찍하게 사랑하는 가족을, 아들을 잃은 사람들에 비하면 지옥도 아닌 것 같아서요.

 

정말 지옥을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어떤 행위 때문에 진우에게 끔찍한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며 평생 후회하고 슬퍼할 유가족들일 텐데 여전히 유정숙은 벌을 받는 입장에서도 오만하더라고요. 아무튼 박기영의 복수로 결국 진진의 추악함이 드러나고 유정숙까지 죗값을 받았지만 여전히 속이 시원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승자는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룬 가해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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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엄마인 마리는 아들에게 용서도 받지 못하고 끔찍한 일로 진우를 잃었지만 가해자 유정숙은 평생 자신의 곁을 지켜 줄 아들도 지켜냈죠. 정말 유정숙이 벌을 받는 것은 아들을 잃는 것일 텐데 차영운은 죄가 없기에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더라도 씁쓸하긴 했겠지만요.

 

그래도 오당기 본방을 기다리며 몰입해서 보는 동안 벌써 가을이 되었네요. 드라마 속에서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지만 중간중간 유머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최종화에서도 오당기 특유의 유머코드는 여전하더라고요. 특히 안타깝게도 110세를 못 채우고 돌아가신 목형사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106세 할아버지가 과식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 목형사의 남다른 식욕을 설명해 주는 부분이었죠.

 

아무튼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는 오랜만에 본방 시간을 기다리게 해 준 드라마였습니다. 그동안 잘 몰랐던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때문에 더 재미있었던 것 같고요. 다른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독특한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당분간은 오당기에 나왔던 배우들이 다른 드라마에 등장할 때마다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될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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