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나의 아저씨를 처음 봤을 때 어두운 전개의 분위기와 뜻밖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아이유의 모습에 놀랐다. 또한 적당히 우울한 것이 아니라 바닥까지 힘든 극 중 이지안의 모습에 낯선 호감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이 드라마는 끝없는 불행으로 고단한 삶을 사는 주인공이 좋은 인연을 만나서 희망을 갖게 되는 이야기로 묘한 위로를 주는 매력이 있다.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조차 없는 삶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주인공 지안은 엄마가 남겨놓은 빚 때문에 할머니와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파견직으로 취직한 회사에서 경리 일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과 교류 없이 자신의 일만 할 뿐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감흥을 못 느끼는 듯한 표정과 말투는 그 사람이 얼마나 불행의 중심에 있는지 보여준다.
지안의 엄마가 남겨 놓은 빚 중 광일의 아버지에게 진 사채빚은 그녀에게 가장 큰 괴로움을 안겨 준다. 어릴 때 할머니를 괴롭히는 광일의 아버지와의 악연이 지안과 광일의 악연으로 이어진다. 광일은 돈을 핑계로 지안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괴롭힐 것처럼 악랄한 행동을 한다.
네 번 이상 도와주는 최초의 사람
지안은 박동훈한테 사람들이 처음에는 도와주려고 다가왔다가도 아무리 해도 끝날 것 같지 않은 불행을 목격하고 다 도망간다고 말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지안의 말에 공감하며 많은 사람들이 웬만해선 상상할 수 없는 깊고 외로운 불행에는 도움을 주는 것에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도움이 필요한 곳은 아무래도 더 힘이 들고 힘든 만큼 보람이 없어서 일까 싶다.
그러나 박동훈은 지안에게 네 번 이상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지안의 불행을 자신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의 불행과 동일하게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신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하면서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행복을 빌어주는 존재의 중요성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한 사람에게 자신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어른의 존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자신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혀 있는 듯 어둡기만 한 지안이 노력을 할 힘조차 낼 수 있었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동훈이 지안에게 보여준 행동과 말은 그녀가 행복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 준 전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모든 캐릭터들의 심리를 한 번씩은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세심함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울하고 어두운 내용도 있지만 묘한 따뜻함을 느낀다. 이 세계에 들어가면 나에게도 누군가 공감을 해 줄 것 같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 일어나서 좋은 것이 아니라 힘들고 슬픈 길을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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